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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공짜를 즐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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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1-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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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일 주고받으며 실시간 채트도 가능한 냅스터 등 공유프로그램들

인터넷 세상에는 www로 시작하는 웹 페이지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 등 웹 브라우저로 볼 수 있는,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사이트들을 둘러보고 가끔 직접 글자를 쳐넣고 하는 것이 넷서핑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다양한 방식의 인터넷 사용을 돕기 위해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으며, 사용자들은 이를 시험해보고 팬이 되면서 널리 알리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방대한 인터넷을 서핑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주로 어떤 ‘글 읽기’ 혹은 ‘글 쓰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고속 전용선이 많이 보급되면서 사용자들은 음악과 동영상처럼 거대 용량의 물건들(!)을 자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위한 대표적 소프트웨어가 냅스터(www.napster.com)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요즘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냅스터는 음악 파일, 특히 가장 음질이 좋고 안정적인 ***.mp3 형식의 파일을 검색하고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어떤 음악을 mp3로 만들어서 내 컴퓨터에 저장하면, 전세계의 냅스터 사용자들이 이를 검색했을 때, 나의 음악 파일을 발견하고 자신의 컴퓨터로 내려받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파일은 계속 또다른 사용자에게로 전파된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와 확산력은 엄청나서 전세계 수천만 사용자의 수억개 음악 파일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으며, 거의 못 찾을 음악이 없다. 심지어 네피게이터라는, 여러 개의 냅스터 통로 중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서브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냅스터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사용자들 사이에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며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의 컴퓨터에서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받아가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띌 때, 즉석에서 메시지를 보내 본다(가능하면 영어로). “나와 같은 취향을 가져서 반갑네요.” 지구 반대쪽 사람과 음악을 매개로 금방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 한글 파일(한국 노래)도 검색해보자. 뜻밖에도 한국 노래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홍콩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한편 이런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고 오로지 www만 돌아다니는 사람을 위해서인지, 삼엄한 카피라이트(저작권)의 경계 와중에서도 웹사이트에 음악 파일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카피 레프트의 도리상 정확한 사이트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심지어 이들은 확장자명을 바꾸어 음악 파일임을 들키지 않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공짜 음악의 즐거움을 누리려 한다. 이런 사이트들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반면 공식적인 웹진 등에서는 음질이 떨어지는 형태의 파일 등만 올려 저작권법을 피해가려고 시도한다.

(사진/위에서부터 www.popdesk.co.kr, webhard.co.kr)

이런 사정은 영화의 동영상 파일도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는 전용 검색, 공유 프로그램이 발명 안 됐지만, 대신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서로 파일을 주고받는다. 인터넷상에 대용량의 저장공간을 빌려주는 웹 폴더, 웹 하드 서비스(www.popdesk.co.krwebhard.co.kr 등에서 제공)를 서로서로 합쳐가며 동영상을 공유하거나 심지어 파일 이름을 살짝 바꿔서 냅스터에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한 가지 의문. 글은 아무나 퍼가서 여기저기 올려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데, 왜 음악이나 동영상에만 유독 저작권의 으름장이 저토록 강력할까. 그것은 음악이나 동영상이 아직까지는 대중의 것이 아니라 상업자본의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동영상이 대중에게 굉장히 사랑받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문자’처럼 손쉬운 자기 표현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너도나도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어서 자연스런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주고받을 그날이 오면, 냅스터와 음반사의 전쟁, 영화사의 단속 요청, 이런 풍경이 없어지지 않을까.

이수영/ 인터넷 서퍼·자유기고가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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