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상황에서 진보가 승리하는 길제944호넓게는 진보, 좁게는 좌파 진영에 깊이 뿌리박은 사유 습관 하나가 있다. 전반적인 경제적 위기가 덮쳐서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피폐해지면 이들이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과 계급적 불평등에 눈뜨게 되고 급진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실로 오래 묵은 전통이요 인습일 것이다. 1848년 혁명에 건강과 재산을 송두...
“인두겁 썼다면 우리 투표하자제941호기빈아 반갑다. 우리가 대학교에 갓 들어간 게 1987년이었지. 들어가자마자 6월항쟁이 터지고 데모 대열에 내몰렸던 게 우리의 첫 번째 대통령 선거 때였으니 25년 만의 선거로구나. 그해에는 아직 선거권이 없어서 투표는 못했다만, 그래도 이번이 우리가 맞는 여섯 번째 대통령 선거네. 그런데 먼저 따질 ...
‘사회적 시민’의 출현을 위하여제938호‘경제민주화’ 논쟁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를 초월해 하나의 시대정신같이 여겨지던 화두였고, 그래서 아예 선거 이전에 모든 후보가 합의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의 최소 강령을 만들자는 논의까지 나온 바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한 달 남은 지금 이 주제는 거의 용머리에 달린 뱀꼬리가 되어 ...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가?제935호‘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일종의 역설처럼 들릴 수도 있다. 지난 200년간, 특히 공산주의 진영이 몰락한 1990년대 이후의 20년간 ‘일자리는 오직 기업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경제학의 공리처럼 되어왔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주의 경제의 실험에서 배워야 할 핵심적 ...
함께 모여 외쳐보자, 강기훈은 무죄라고제932호 강기훈 사건의 재심리가 방치되고 있다. 그 피해자인 강기훈씨는 간암 수술을 받고 무거운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명백히 잘못된 증거로 명백히 잘못된 판결을 번번이 내렸던 대한민국 법조계는 벌써 3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진실과 양심이 21년째 어둠 속에서 흐느끼며 무너져가는 사이에 이 사건을 만들...
‘디레버리징’은 가능할 것인가제928호 화폐란 무엇인가? 좌파·우파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신봉하는 대답은 ‘교환의 매개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무수한 경제행위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지는 교환으로 재화와 서비스가 이동하는 흐름이 있고, 이 흐름을 부드럽게 매개하는 수단인 화폐는 그 역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실 세…
‘안철수 생각’이 실마리다제924호 안철수씨의 책은 대선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막상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논평이나 주장이 나온 것 같지 않다. 이 책의 충격에 심사가 편치 않을 수밖에 없는 여러 다른 후보들 쪽에서 부정적인 촌평만 몇 개 나왔을 뿐이다. “내용이 새로운 것이 없다”라든가 “여러 이야기를 짜깁기한 것에...
스웨덴을 주목하라제920호 1990년대 초, 공산권의 몰락을 기뻐하는 지구적 분위기에서 ‘역사의 종말’ 명제가 유행한 적이 있다. 본래 헤겔 역사철학에 나오는 개념인데, 이것이 알렉상드르 코제브에서 앨런 블룸, 프랜시스 후쿠야마로 이어지는 가운데에서 ‘맨 나중에 살아남은 체제가 가장 뛰어난 체제이며 역사는 거기에서 종결된 것으...
왜 회사 앞 식당밥은 맛이 없나제916호 지난해 관련 법이 통과돼 이제 우리는 누구나 손쉽게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전에는 협동조합을 결성하려면 1천 명 이상 모여야 했고, 업종도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이제는 5명만 모여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법인 같은 위상의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
국유화나 민영화는 ‘나라 살림 계획’ 도구제912호메트로 9호선 요금 인상 사건을 계기로 온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맥쿼리인프라펀드’는 메트로 9호선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그 자산의 성격 또한 연리 15%, 어떤 곳에서는 무려 20%에 달하는 후순위채권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