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하여, 자 건배!제1066호퇴각 중인 한 부대가 노상에 쓰러져 있는 아군 주검 몇을 발견했다. 폭염과 탈수와 허기로 쓰러진 듯한 그들의 얼굴은 이미 까마귀처럼 검었는데, 그중 하나의 맥이 아직 간당간당 붙어 있었다. “어이, 사끄레씨앙을 빨리!” 증류주의 일종인 그 술을 한 모금 흘려넣자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던 병사의 눈이 떠졌...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나제1064호지난해 벽두에 세계 주류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짐빔과 메이커스마크, 캐나디안클럽 등 유수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미국의 주류회사 빔 그룹이 일본의 산토리 위스키로 160억달러에 넘어갔다는 뉴스가 발표된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보모어, 글렌갤리오크 등 두 증류소를 확보하며 교두보를 구축했던 산토리는 빔의 매수를 통…
반역자에서 선구자가 된 조지 스미스제1062호‘몰트위스키의 수도’라고 불리는 더프타운 마을에는 조그만 위스키 박물관이 있다. 눈에 띄는 것 하나가 구리로 만든 플라스크. 가로·세로 30cm가 족히 넘는 초대형 플라스크를 보면서 과연 스코틀랜드 옛사람들은 휴대용 플라스크도 엄청난 것을 들고 다닐 정도로 위스키를 사랑했구나 짐작했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었…
위스키에 깃든 유일한 손길제1060호‘멍키숄더’(Monkey Shoulder)라는 위스키가 있다. 위스키 제조 공정이 100% 수작업이던 시절, 그 공정의 첫 단계인 맥아제조(몰팅)는 물에 담갔다가 건지기를 수차례 반복(침맥)한 보리를 넓은 시멘트 바닥에 깔아서 일정 수준까지 싹이 자라기를 기다리는데, 그 과정에서 ...
4월, 술잔이 가장 무거운 달제1057호2002년 4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한 옥션에 위스키 한 병이 출품됐다. 맥캘란 60년. 1926년에 증류되어 500ℓ 용량의 셰리버트 캐스크에 담았던 술인데, 1986년 병입할 때 보니 60년이 지나는 동안 스코틀랜드의 천사들이 야금야금 다 마셔버려 남은 것은 고작 25...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는?제1055호굳이 종교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성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성지란 무엇일까? 바삭, 부스러지는 건조한 마음을 적시는 깊은 위로. 넘쳐흐르는 정신의 충일감. 화산처럼 터지는 삶의 에너지를 다시 얻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성지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위스키를 사랑하는 이의 성지는? 말할 것도...
상막소주 같던 촌놈의 매력제1053호‘교토의 사진가’ 카이(甲斐)씨. 중년에 접어들던 20여 년 전, 반은 부업 삼아, 반은 술친구들을 위한 아지트 삼아 조그만 술집을 열었다. 가게 이름을 놓고 고심하던 중, 술장 선반 위 술병들을 바라보다가 무릎을 쳤다. ‘팔문자옥’(八文字屋). 과연 그럴싸하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술병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