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짖는다제1051호지난해 이맘때 출판계에선 논란이 일었다. 한 출판사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새로 번역해 내놓으며, 이전의 번역은 오역투성이였고 우리는 25년간 이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해왔다고 도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카뮈 번역의 최고 권위자인 김화영 선생을 공격했다. 논란은 활활 불타올랐고 그 출판사의 &l...
세끼 밥 지어 먹었을 뿐인데제1049호‘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다. 자신이 별일 없이, 이렇다 할 고민도 ...
사라짐처럼 강렬한 환기는 없다제1047호가전제품 브랜드인 다이슨은 뭔가를 없애버리는 데 선수다.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든 회사가 다이슨이다. 청소기로 유명해진 다이슨은 2009년,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발명품을 내놓는다. 바로 날개 없는 선풍기다. 이 선풍기는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다이슨의 새로운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
취해야만 보이는 무언가제1045호‘취하라/ 늘 취해 있어야 한다/ (…) 당신의 어깨를 짓눌러 땅으로 구부러뜨리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든 시에든 덕에든 그건 당신 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미생> 웹툰과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지기 전부터, 나는 보들...
근사한 실패, 거대한 과정제1043호3M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실수로 접착력이 아주 약한 접착제를 만들게 되었다. 그는 이 접착제를 쓸 만한 곳을 찾으려 5년 동안 노력했지만 쓰임새를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3M의 다른 직원이 성가대에서 노래할 때 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이사이에 종이를 끼운 찬송가 책을...
탱자가 회수를 건너면 귤제1041호차에 관해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다르질링이 원래 인도 자생종이 아니라, 중국 차를 히말라야 다르질링 지역(사진)에 이식해서 만들어진 품종이라는 거다. 캠벨이라는 영국인 의사가 카트만두에서 다르질링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서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중국 차 씨앗을 훔쳐다 …
나는 지금도 어느 줄 맨 앞제1039호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나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본 적이 없다. 키가 워낙 작아서 늘 맨 앞에 섰기 때문이다. 내겐 막중한 임무가 있었는데,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은 나부터 시작된 줄이므로 내가 허투루 몸을 움직이면 안 되었다. 옆 사람과의 간격을 정확히 유지하고 서 있어야 우리 줄 전체가 정확한 간격을 유지할 ...
치마 입은 007제1037호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세계 1위라고 한다. 화장품이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은 새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면도기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여성도 면도기를 사용해왔지만 남성의 것을 가져다 쓰는 느낌이 강했다. 여러 시도 끝에 2001년, 드디어 명실상부한 여성 전용 면도...
내 사랑은 뭘로 재나제1035호우리나라에선 많은 경우 미터법을 쓰지만 허리 둘레는 인치로 잰다. 인치는 원래 엄지손가락의 너비에서 비롯되었다. 인치의 12배인 피트는 발 길이가 기원이다. 피트는 야드의 3분의 1인데, 야드는 한 팔을 뻗었을 때 코끝에서 엄지손가락까지의 길이다. 옛날에는 측정할 때 몸을 많이 사용했다. 몇 뼘, 몇 ...
머리보단 가슴제1033호영어에 에어헤드(airhead)라는 말이 있다. 두뇌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기만 들어찬 머리. 멍청이라는 뜻이다. 우리 속어에도 ‘머리가 비었다’는 표현이 있다. 머리가 빈 것은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분명 머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 만화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