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대한민국을 흔들다제996호김신조는 한 손을 들었다. 그날은 1968년 1월19일 오후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떠날 시간이었다. 칼바람이 비명을 지르며 몰려왔다. 최저기온 영하 10℃. 체감온도는 2배.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죽일 것인가, 살려줄 것인가. 눈으로 덮인 경기도 파주군 천현면 법원리 삼봉산 ...
누가 다녀갔지? 바른 대로 대!제994호“야, 돌림빵!”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돌림빵’이 뭐지? 누군가 그의 머리에 양동이를 거꾸로 씌웠다. 손잡이가 달린 허여멀건 철제 양동이. 군복과 사복 차림이 섞인 예닐곱 명이 다가와 사방을 에워쌌다. 구타가 시작됐다. 배와 가슴으로 주먹이 들어왔다. 정강이와 무릎과 허벅지에 군홧발이 찍혔다. ...
복수를 위해 산으로 가다제992호딸이 사라졌다. 판수언리엔(38)은 급보를 들었다. 마을의 젊은 여자 두 명이 저녁에 1번 국도 근처에서 한국군 해병대원들에게 연행돼 갔다고 했다. 딸 판티수엔(18)과 또래 친구 쩐티수언이었다. 아버지의 심장은 철렁했다. 왜 의심을 샀을까. 별일 없으리라 마음을 진정시켰다. 절대 별일이 없으리라...
쏘지 마, 피곤해제990호“컨스트럭티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국빈 전용 숙소 영빈관. 정일권 국무총리가 주재한 만찬이 끝나가고 있었다. 검은색 더블브레스트 오버코트에 엷은 브라운색 모자를 쓴 훤칠한 키의 미국인이 만찬장을 빠져나가려고 출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기자들이 무언가 …
나무는 보았네, 그날의 참상을제988호야유나무는 거기 있었다. 바람이 살랑거렸다. 이파리들이 가볍게 떨렸다. 산들바람이었다.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나무의 굵은 가지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 신이 있다고 믿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였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동해에서 불어온 바람이 야유나무를 한 번 휘감고 퐁니를 거쳐 퐁넛으로…
사내의 두개골에 박힌 총알은 순간…제986호흡! 숨이 멎었다. 아니 세상이 멎은 것 같았다. 사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손목을 움직였지만 꼼짝도 안 했다. 정글복에 철모를 쓴 군인이 오른편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이쪽을 응시한다. 텅 빈 거리 저 멀리서 군용차 한 대가 달려오는 모습이 희미하다. 응웬응옥로안(38·이하 로안) 장군은 그의 이마에 리볼...
질 수 없다 해병이니까제984호프로펠러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최영언(25) 중위는 한 손으로 귀를 막고, 또 한 손으로 더플백을 고쳐잡았다. 선글라스를 쓴 미군 조종사가 타라는 손짓을 했다. 뒷문이 스르르 열렸다. 달랑 혼자였다. 내부엔 실탄과 포탄, 시레이션(전투식량)과 물통 등 각종 보급품을 실은 상자가 한가득이었다....
북한군은 왜 베트남 아닌 청와대로 왔을까제982호탕! 운명의 총소리가 휴일 서울의 밤거리를 충격과 공포로 물들인 것은 밤 10시께였다. 탕, 탕, 탕, 쾅. 총성과 폭음은 주변 인왕산과 북악산에 부딪친 뒤 긴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1968년 1월21일. 일요일이었다. 중앙텔레비전(KBS)과 동양텔레비전(TBC)의 ...
왜 쏘았지?제980호탕! 운명의 총소리가 평온하던 마을을 깨운 것은 오전 11시께였다. 짧은 여운이 채 식기도 전에 또 한 발이 울렸다. 탕! 줄을 지어 근처를 지나던 무장 군인들은 순식간에 땅바닥에 엎드렸다. 벼를 보러 논에 나갔던 늙은 농부는 불안한 시선으로 꾹 눌러썼던 삿갓을 추켜올렸다. 초가집 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