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뒤쪽)이 윤석열 대통령과 환하게 웃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2023년 4월26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한-미 정상회담 소인수 회담이 열렸다. 한국 쪽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이 배석했다. 미국 쪽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머리발언에 나섰다.“한-미 동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입니다. 이익에 따라서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인 계약 관계가 아닙니다. 가치에 기반해서 영원히 지속되는 동맹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어떤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회복력이 강한 동맹입니다.”어제오늘의 생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자 신념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머리발언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오늘 저는 저와 바이든 대통령님의 생각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한-미 동맹은 이제 북한의 비핵화라는 오랜 과제와 함께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 변화와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민주주의 위기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 동맹은 그러한 연대의 모범입니다.”한-미 동맹은 1953년 10월1일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조약동맹’이다. 동맹은 공동의 위협에 기반한다. 냉전 시절 한·미는 위협 인식을 공유했다. 냉전은 끝났다.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은 북핵·미사일 위협이다. 미국의 최대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다. 위협에 대한 인식 격차는 정책 차이로 나타난다. ‘보편적 가치’도 정세와 국익이 반영된 개념이다. 국가는 개인이 아니다. 가치가 국익에 우선할 수 없다. _편집자
2023년 4월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주요 성과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표지 포함 39쪽 분량 자료에서 대통령실 쪽은 “한-미 정상 간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 동맹’ 비전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구축했다”며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함께 수호해나가는 ‘가치동맹’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첫손에 꼽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이다. 대통령실은 “‘한국형 확장억제’ 협력 방안을 △정보 공유 △공동 기획·실행 △협의 체계 등 분야별로 구체화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냉전의 산물인 확장억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로켓군이 2023년 4월7일 대만을 겨냥한 발사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 미국은 확장억제 관련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다”
그러니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대통령실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진 건 대체 뭔가?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외교·국방(2+2) 고위급(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등 확장억제 관련 한-미 협의체는 기존에도 가동 중이었다. 이름만 다른 협의체를 하나 더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협의의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확장억제 의지만 강조할 게 아니라, 위기 발생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현재 한·미가 한반도 전쟁을 상정해 작성한 작전계획은 재래식 전쟁 대비책이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 달라진 변수를 담은 새로운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이를 위한 것인데,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어 무슨 논의를 새로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전직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는 ‘전략자산 정례 배치’에 대해서도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만 강한 허상일 뿐”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존에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은 필요할 때마다 한반도에 배치됐다.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도 미국의 전략자산 중 하나일 뿐으로, 전혀 새롭다거나 강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주둔 미군의 핵심 개념은 전략적 유연성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전략자산 상시 배치를 요청했지만, 미국 쪽이 거절했다. 이미 미국은 확장억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성명에서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