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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CIA냐, 떼강도냐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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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9 12:11 수정 : 2019-03-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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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어설픈 정보전이었을까, 일부 과격한 북한 인권운동단체의 떼강도 사건이었을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벌어진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3월26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고등법원은 기밀로 묶여 있던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 수사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 보도를 보면, 2월22일 멕시코 국적의 ‘에이드리안 홍 창’은 이름을 속이고 북한대사관의 3등서기관 면담을 요청했다. 대북투자를 앞세워서인지 의외로 문은 쉽게 열렸다. 에이드리안 홍 창을 따라 미리 대기하고 있던 9명이 곧 난입했다. 그들은 알려진 대로 컴퓨터 2대와 유에스비(USB) 몇 개, 하드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1대를 탈취했다. 여기까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개다. 이들이 네 그룹으로 나뉘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넘어가 미국행 항공기에 탄 것만 봐도 딱 그렇다. 일사천리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지난해 스페인 대사로 있었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CIA가 작전을 펼쳤을 거라는 스페인 내 여론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CIA 작전이라고 말하기 힘든 대목도 있다. 이들이 취득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접촉했다고 알려진 조직은 미 연방수사국(FBI)이다. CIA가 작전 성공 뒤 정보를 넘기려 FBI를 만난다? 굳이 비교하자면,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경찰청 수사대에 정보를 갖다 바치는 격이다. 조직 생리상 상식과 거리가 멀다(FBI와 CIA의 합동작전이라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그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9명의 무장도 뭔가 부족하다. 권총집 5개, 전투용 나이프 4개, 독일제 모형 권총 6정, 손전등 5개, 수갑 등. 다른 건 몰라도 정상회담 일주일 전 상대국 핵심 인사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손에 쥔 게 모형 권총이라니. 하지만 <엘파이스>는 이 사건이 CIA와 관련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무게를 싣는다. 우리 언론도 뒤늦게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침입자 10명 중 상당수(일부 보도에선 5명)가 한국 국적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제 우리 차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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