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중국 인정’ 입장을 번복하는 미국과 일본의 속내
▣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 sdhan@hani.co.kr
대만의 유엔 가입 신청을 놓고 기자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반 총장의 대답은 이랬다고 지난 9월8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1971년의) 유엔 제2758호 결의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중국의 유일 합법적 대표이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니 대만은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자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한 결의를 한 적이 없다며 항의했다. 이건 예정된 수순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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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라도 한 듯 뜻을 맞추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즉각 나서서 “(반 총장 발언은) 잘못된 해석이고 부적절하다”는 이의 제기를 했고, 미국도 동조했다. 일본 정부가 유엔에 내놓은 이의신청 문서의 핵심 내용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을 일본은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묘한 얘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하긴 하지만 그게 맞다고 인정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과 ‘동의’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존중하지 않는다’와 ‘동의하지 않는다’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국제법 해석이라는 게 자구 하나를 놓고 해석과 주장이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게 다반사라지만, 요컨대 일본의 속내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대만해협 유사(양안위기)시 공동 개입하겠다고 양국 외교안보협의회서 합의했다는 공식 발표까지 해두었다. 마치 이런 일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1971년 10월25일에 채택된 유엔 결의 제2758호는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시킨다’는 내용이다. 그전까지는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 대만으로 간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유엔에서 중국대표권을 갖고 있었다. 결의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유엔 조직을 헌장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가결하다는 것,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 합법적 대표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임을 인정한다는 것,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리를 회복하고 그 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 합법적 대표임을 인정한다는 것, 장제스 대표를 그가 유엔과 모든 관련 조직에서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장소에서 즉각 추방하기로 결정한다는 것, 이런 게 핵심 내용이다. 대만 추방과 중국의 화려한 등장이라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 빅 이벤트는 베트남전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미국이 다급한 나머지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중국에 손을 내민 결과였다. 핑퐁과 키신저 외교, 닉슨의 중국 방문이 다 그걸 위한 작업이었다. 중국은 당연히 그 결의로 실상과 부합하지 않는 장제스의 허구적 중국(중화민국)은 소멸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개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장제스 정부를 쫓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엔에서 유일 합법적 대표’라고 인정한 게 사실 그런 얘기 아닌가. 그러나 대만에 미련이 있는 쪽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제2758호 결의는 장제스 대표를 유엔에서 추방한 것이지 중화민국을 퇴출시킨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것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943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미국)와 윈스턴 처칠(영국), 장제스(중국)가 합의한 발표문(‘카이로 선언’)의 핵심 내용은 이랬다. 일본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시작 때부터 빼앗고 점령한 태평양상의 모든 섬들을 도로 뱉어내게 한다. 만주와 대만, 펑후열도같이 일본이 청(중국)한테서 빼앗은 모든 땅은 중화민국에 반환하도록 한다. 그리고 3대국은 조선 인민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아 조선을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로 만들기로 결의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아차차, 그 중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이 될 줄이야 그러니까 미국은 그때 분명히 대만은 원래 중국 땅이었으니 도로 중국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945년의 얄타나 포츠담 회담에서도 전승국들은 이런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그 중화민국이 그 뒤 마오쩌둥의 공산세력에 어이없이 패배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은 압도적 우세를 점했던 장제스군이 국-공 내전에서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두말할 것 없이 ‘중화민국=중국’에 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되고 돌려주기로 약속한 대만으로 그 중화민국이 도망쳐왔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그 문제는 얼렁뚱땅 덮어두고 얼버무렸는데, 자신의 필요 때문에 그 일을 다시 꺼내 약속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래 놓고는 걸핏하면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동의하진 않는다”는 일본식 괴담을 즐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만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17세기엔 이미 공식적으로 청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이를 요동 땅과 함께 빼앗았다. 만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러시아가 프랑스, 독일과 함께 당시만 해도 아직 그들에 대적할 힘이 없던 일본을 압박해 요동은 도로 뱉어놓게 했으나(삼국간섭) 대만에 대해선 묵인했다. 그들도 그때부터 중국 여기저기에 달려들어 본격적으로 뜯어먹기 시작했으니까. 국제법은 본래 강자의 무기다. “국제법이란 현실의 힘 관계를 추인하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대만 문제도 원주민 거주 역사까지 따지면 누구의 땅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땅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현실의 힘 관계다. 그런데 대세는 중화인민공화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예상이라도 한 듯 뜻을 맞추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즉각 나서서 “(반 총장 발언은) 잘못된 해석이고 부적절하다”는 이의 제기를 했고, 미국도 동조했다. 일본 정부가 유엔에 내놓은 이의신청 문서의 핵심 내용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을 일본은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묘한 얘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하긴 하지만 그게 맞다고 인정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과 ‘동의’하는 게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존중하지 않는다’와 ‘동의하지 않는다’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국제법 해석이라는 게 자구 하나를 놓고 해석과 주장이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게 다반사라지만, 요컨대 일본의 속내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대만해협 유사(양안위기)시 공동 개입하겠다고 양국 외교안보협의회서 합의했다는 공식 발표까지 해두었다. 마치 이런 일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1971년 10월25일에 채택된 유엔 결의 제2758호는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시킨다’는 내용이다. 그전까지는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 대만으로 간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유엔에서 중국대표권을 갖고 있었다. 결의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유엔 조직을 헌장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가결하다는 것,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 합법적 대표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임을 인정한다는 것,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리를 회복하고 그 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 합법적 대표임을 인정한다는 것, 장제스 대표를 그가 유엔과 모든 관련 조직에서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장소에서 즉각 추방하기로 결정한다는 것, 이런 게 핵심 내용이다. 대만 추방과 중국의 화려한 등장이라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 빅 이벤트는 베트남전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미국이 다급한 나머지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중국에 손을 내민 결과였다. 핑퐁과 키신저 외교, 닉슨의 중국 방문이 다 그걸 위한 작업이었다. 중국은 당연히 그 결의로 실상과 부합하지 않는 장제스의 허구적 중국(중화민국)은 소멸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개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장제스 정부를 쫓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엔에서 유일 합법적 대표’라고 인정한 게 사실 그런 얘기 아닌가. 그러나 대만에 미련이 있는 쪽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제2758호 결의는 장제스 대표를 유엔에서 추방한 것이지 중화민국을 퇴출시킨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것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943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미국)와 윈스턴 처칠(영국), 장제스(중국)가 합의한 발표문(‘카이로 선언’)의 핵심 내용은 이랬다. 일본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시작 때부터 빼앗고 점령한 태평양상의 모든 섬들을 도로 뱉어내게 한다. 만주와 대만, 펑후열도같이 일본이 청(중국)한테서 빼앗은 모든 땅은 중화민국에 반환하도록 한다. 그리고 3대국은 조선 인민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아 조선을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로 만들기로 결의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아차차, 그 중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이 될 줄이야 그러니까 미국은 그때 분명히 대만은 원래 중국 땅이었으니 도로 중국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945년의 얄타나 포츠담 회담에서도 전승국들은 이런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그 중화민국이 그 뒤 마오쩌둥의 공산세력에 어이없이 패배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은 압도적 우세를 점했던 장제스군이 국-공 내전에서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두말할 것 없이 ‘중화민국=중국’에 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되고 돌려주기로 약속한 대만으로 그 중화민국이 도망쳐왔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그 문제는 얼렁뚱땅 덮어두고 얼버무렸는데, 자신의 필요 때문에 그 일을 다시 꺼내 약속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래 놓고는 걸핏하면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동의하진 않는다”는 일본식 괴담을 즐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만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17세기엔 이미 공식적으로 청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이를 요동 땅과 함께 빼앗았다. 만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러시아가 프랑스, 독일과 함께 당시만 해도 아직 그들에 대적할 힘이 없던 일본을 압박해 요동은 도로 뱉어놓게 했으나(삼국간섭) 대만에 대해선 묵인했다. 그들도 그때부터 중국 여기저기에 달려들어 본격적으로 뜯어먹기 시작했으니까. 국제법은 본래 강자의 무기다. “국제법이란 현실의 힘 관계를 추인하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대만 문제도 원주민 거주 역사까지 따지면 누구의 땅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땅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현실의 힘 관계다. 그런데 대세는 중화인민공화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