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1월20일 서울시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인터뷰어는 김규원 선임기자다. 박승화 선임기자
‘이준석 “윤 대통령이 공천 파동을 만들 것이란 굳은 신뢰가 있다”’
관용어 ‘I strongly believe’(굳게 믿는다)의 영어 번역투 문장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믿는다’는 부정적인 말과도 긍정적인 말과도 결합하는 중성적인 말인 데 비해, ‘신뢰’는 긍정적인 말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렇다. “공천 파동을 만들 것이라는 신뢰, 내부에 총질할 것이라는 신뢰다.” 어색하다는 말과 압권이라는 말이 나왔다. 결국 뉴스룸도 ‘긍정적 단어로 부정하는’(혹은 비꼬는) 그 뉘앙스로 제목을 바꿨다. ‘이준석 “신당을 하면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건 대통령”’이 전 대표가 어색한 한국 표현을 쓰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소가 된 것은 10년 사이 우리의 언어생활이 많이 바뀌어서일까. 아니면 그가 영어 표현을 한국식으로 잘 ‘번역’하게 된 것일까. 그가 최근 말로 논란이 된 것은 ‘무운을 빈다’가 있다. 2021년 11월 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말한 ‘무운을 빈다’를 한 언론이 ‘운 없음’으로 해석해서 생긴 소동이었다. ‘무운을 빈다’는 게임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이번 <한겨레21> 인터뷰에서 가장 적확한 비유도 “대통령이 ‘개인 주식투자자’의 행태를 보인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주식을 하는 세대의 표현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많이 쓰는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인용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언어의 세계에 사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는 요즘 유독 말을 많이 하는 정치인이 되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도 많을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무운을 빈다.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