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의 포스터 앞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대체육에 ‘육류’(meat)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로이터
대체육을 ‘고기’로 표현해도 되나?
“대체육은 영양소가 달라 진짜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 대체육이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정의를 해야 한다.”한우 농가 단체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22년 3월 낸 성명이다. 이처럼 축산업계에선 “대체육은 고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명칭에서 ‘육’이나 ‘고기’를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미국·유럽 등 서구 축산업계에서 먼저 벌어진 논쟁이 국내에서도 나타난 것이다.미국에서는 2019년 24개 주에서 대체육을 ‘고기’라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텍사스, 미시시피, 미주리, 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에선 법안이 통과됐다. 식물성 대체육뿐 아니라 배양육에도 이 법안은 적용된다. 법안에 따르면 사육한 가축에서 얻어진 살코기에만 ‘육류’(Meat)라는 문구를 쓸 수 있다. 반면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 기존 육류 모두 육류란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선 대체육에 대한 별도 표기법은 없다. 식품표시광고법상 진짜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은 대체 단백질 제품은 ‘육’ ‘고기’ 등으로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다만 ‘비건’이라고 표시할 경우는 ‘식물성 대체육’으로 함께 표기할 수 있다. 비건 활동가들은 ‘고기’라는 용어의 의미를 재정의하자고 말한다. 단순히 ‘동물의 살점’만이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육의 대안 용어가 무엇인지 공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 ‘육’이라 표현하는 게 비건 산업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고기를 안 먹기 위해 비건이 되었는데 대체육을 먹어야 할까. 비건이 된 이들은 대체로 고기 맛을 ‘대체’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비건이 되면 특이한 고기의 냄새와 맛을 못 견디게 되기도 한다. 대체육은 비건을 위해서라기보다 ‘비건 지향’이나 공장식 축산업 반대자들이 소비할 법하다. 하지만 대체육의 본질에 대한 논란도 있다. 대체육은 고기의 맛과 영양을 ‘흉내’ 낸다. 이런 모방은 겉모양만 아니라 영양 성분으로도 이어진다. 이의철 의사는 “동물성 식품과 최대한 비슷한 모양과 맛을 추구하다보니 영양 구성도 닮아간다”고 말한다. 어디서 오든지 고기는 고기라는 말이다. ‘자연식물식’을 권하는 영양 전문가들은 가공식품 형태보다는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 소량의 견과류 등 가공이 덜 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걸 추천한다. 고기 ‘흉내’보다는 식물성 식품 고유의 맛을 즐기라는 것이다. 배양육은 윤리적으로 문제없나. 전범선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은 “실험실 고기라 꺼림칙하다지만, 항생제 덩어리에 죽임으로 가득한 고기보다 낫다”(154쪽 좌담)고 말한다. 일반 고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제조’되며 철학적인 논란으로부터도 깨끗하다. 하지만 배양육 제조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있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에서 근위성세포를 추출해 이를 배양액에 담그고 물리적, 전기적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세포를 증식해 단백질 섬유질 덩어리를 얻는 방식이다. 이때 배양액은 세포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이 배양액에 주로 소 태아 혈청을 사용한다. 소 태아 혈청을 추출하려면 임신 중인 소를 도축해 그 안에서 태아를 꺼내 혈청을 분리해야 한다. 이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 세포를 성장시켜 필요한 가축의 수를 줄이자는 배양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동물로부터 살아 있는 세포를 추출해 인공적으로 무한 증폭하는 기술 자체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동물을 ‘고기를 제공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동물에 대한 착취의 정점에서 출현한 가장 비윤리적인 기술일지도 모른다. 배양육은 누가 소비할 것인가.고기는 등급별로 나눠 소비된다. 등급에 따른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박효민(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은 <물결>에서 고기가 등급화한 체계에서는, ‘배양육’ ‘대체육’이 추가되더라도 등급의 세분화가 일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기의 등급화는 소비의 등급화로 이어진다. 박효민은 영화 <소일렌트 그린>의 예를 들면서 미래사회에서 “저소득층에서 진짜 고기와 진짜 채소는 정말로 구하기 힘들어지고,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재의 지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물결> 2022 여름호, ‘배양육은 적절한 대안인가’)고 우려한다. “인공육은 특별한 윤리적 이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저소득층, 그리고 저개발 국가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은 사치재를 생산하는 산업으로서 그대로 유지된다. 박효민은 이를 고기의 ‘등급화’ ‘지위’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짜 고기’와 대비된 ‘진짜 고기’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이를 찾는 수요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배양육의 기술로는 현재 전통적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