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명성으로 말이 힘을 얻는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유명인의 말이 있었다.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디피>(D.P.)로 TV부문 남자조연상을 받은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이다. 죽음을 앞두고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고 말한 그는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공해병 인정 투쟁에 앞장선 박길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김용균, 트랜스젠더 군인을 꿈꿨던 변희수 하사, 학교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이경택의 이름을 우리는 조현철 배우 덕분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진심 어린, 그리고 감동적인 수상소감으로 많은 사람이 위로받았다. 그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용균과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상에 남겨진 많은 이가 이 슬픔을 받아들이며 다른 세상을 만들 힘을 얻었다고 했다. 평소 총기 규제에 관심이 많은 스티브 커 감독과 오랫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사회적 죽음을 바라보고 사유해왔을 조현철 배우의 말은 아름다운 가치를 구체적인 언설에 담았기에 더욱 큰 감동과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힘(영향력)에 대해, 사회를 위해 그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말이 힘을 갖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간 두 활동가 미류·이종걸의 말은 스티브 커나 조현철의 말만큼이나 아름다웠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의 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중요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 더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절실한 말의 힘을 갖기 위해 46일을 굶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말과 힘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다는 방증이다. 46일을 굶어서야
46일을 굶어서야 겨우 국회는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열었다. 나는 이런 사회가 폭력이라고 느낀다. 수십 일을 굶어야, 수백 일을 고공농성해야, 수백 명이 죽고 다쳐야, 큰 희생을 기어이 치르고 나서야 겨우 듣는 시늉을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폭력이다.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는 미류와 이종걸의 말을 우리는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공청회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