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산천어축제 취소를 결정한 강원도 화천군이 산천어로 만든 통조림. 화천군 제공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축제로 성장
화천군이 마지막까지 축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그만큼 산천어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화천군은 인구 2만4천여 명에 불과한 산골 지자체입니다. 접경지역인 탓에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유명한 관광지도 없어 군인을 찾아온 면회객이 아니면 좀처럼 외지인의 발길조차 닿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산천어축제를 시작한 뒤 이곳의 겨울 풍경이 180도 변했습니다. 해마다 이 축제에 주민 수의 40배가 넘는 100만 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덕분에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겨울축제로 성장했습니다. 2011년 미국 뉴스채널 <시엔엔>(CNN) 인터넷판에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런 명성 덕분에 짧은 축제 기간에만 1300억원대의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났고, 음식·숙박 업소와 시장 상인 등이 반짝 특수를 누렸습니다. 축제용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도 농한기에 짭짤한 소득을 올렸습니다. 해마다 축제장 조성과 질서 유지, 얼음판 정비, 교통 안내, 산천어등 제작 등을 위해 주민 2천여 명에게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역 축제를 넘어 산촌을 먹여 살리는 일등 공신이 된 셈입니다. 축제 취소로 가뜩이나 팍팍한 겨울을 보내는 화천군이 또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바로 축제 때 사용하려고 전국 각지 양식장에서 미리 키운 산천어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90t에 이르는데 산천어 한 마리가 300g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만 마리에 이르는 양입니다. 이것도 예년에는 190t이나 준비했는데, 코로나19 탓에 축제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자 절반 넘게 양을 줄인 겁니다. 이것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고, 강에 풀어놓으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어 방생할 수도 없습니다. 2021년에도 통조림 전량 판매, 반응 좋아
결국 선택한 방법은 산천어를 활용한 통조림이었습니다.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된 뒤 이 방법을 썼는데, 전량 판매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화천군은 2022년 1월 말 시작되는 설 연휴 선물세트 시장을 겨냥해 산천어 살코기 캔과 묵은지 통조림을 만들어 1월11일부터 산천어축제 누리집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송민수 화천군 홍보팀장은 “산천어축제라는 인지도가 있는 만큼 명절을 앞둔 색다른 선물로 추천하고 싶다. 축제 취소의 아쉬움은 일단 통조림으로 달래달라. 코로나19가 끝나면 명성에 어울리는 더 즐거운 축제로 찾아뵙겠다”고 말했습니다. 화천=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