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숫자와 얼굴
등록 : 2021-07-07 16:19 수정 : 2021-07-08 10:32
2021년 6월 어느 날, 시집 한 권이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박병윤 면장. 마을 사람 100여 명의 말을 모으고 추려 시로 뽑아 낸 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겨리)입니다. 한창 ‘지방소멸’을 분석하는 숫자와 씨름 중일 때였습니다. 시집을 낸 그 마을도 ‘소멸 위험 지역’이더군요.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이 2016년 3월 국내에 처음 소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른 것입니다. 65살 이상 고령 인구가 20~39살 여성 인구의 2배를 넘으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합니다. 동상면은 2020년 5월, 65살 이상 고령 인구가 20~39살 여성 인구의 5배를 넘었습니다.
‘소멸 도시’는 숫자에 갇혀 있습니다. 2020년 5월 전체 읍·면·동 3545곳 가운데 1702곳(48.0%)이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데 그 일상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소멸 위험에 처했지만 시를 짓는 마을이 궁금해집니다. 2021년 6월23~25일 2박3일간 101살 어르신부터 5살 아이까지 만나 마을 수몰 역사부터 키우는 개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숫자 또한 현실입니다. 1970년 마을엔 3657명이 살았고, 지금은 1084명이 남았습니다. 50년 전엔 10살 아래 아이가 1257명이었는데, 지금은 37명이고요. 먼 미래에 고향 동상면을 기억할 사람의 수이기도 합니다. 마을 전체가 한 아이를 키우는 곳, 어르신 한 명이 곧 역사인 그 마을을 떠날 때 쯤 ‘소멸’이란 단어가 무겁게 남았습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에 ‘인구 감소 지역’을 처음으로 지정해 고시할 예정입니다.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하나의 실험으로 ‘청년마을’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2018~2020년 청년마을 한 곳씩만 지원했는데 2021년엔 열두 곳으로 늘립니다. 그만큼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출구를 찾는 것이겠죠. 그 맨 앞에 서 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지방소멸과 청년마을에 관해 들었습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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