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지뢰’가 돼버린 젠더 갈등
등록 : 2021-05-08 23:39 수정 : 2021-05-09 10:37
기업과 공공기관, 연예인 등이 잇따라 ‘남성 혐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 지에스(GS)25는 최근 캠핑 음식 홍보 포스터에 집게손 모양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해당 손 모양이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 등에서 한국 남성을 깎아내릴 때 주로 쓰는 상징이란 이유에서다. 남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GS25에서 파는 물건뿐 아니라 GS25 주식까지 불매하겠다고 나섰다. GS25는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리고, 홍보물을 삭제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도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에 비슷한 이미지를 썼다가 곤경을 치렀다.
방송인 박나래씨는 3월 말 유튜브 웹예능 <헤이나래>에서 남자 인형을 상대로 성희롱했다는 비판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 하차 압력을 받았다. 박씨 역시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린 데 이어, 고향집을 찾아 할아버지 앞에서 반성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나 혼자 산다>에서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 누리꾼이 박씨를 고발했고, 경찰은 재빨리 수사 착수 의지를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허버허버’라는 말이 들어간 이모티콘 판매를 중단했다. ‘허버허버’가 남성이 음식을 게걸스레 먹는 모습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항의가 거셌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관들은 ‘이대남’(20대 남성)을 어느 때보다 의식하며 논란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데 급급하다. 젠더 갈등을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아닌 홍보 전략상 어떻게든 피해가야 할 ‘지뢰’로 여기는 모양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