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2007년 겨울, <한겨레21> 제690호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이태원은 누구의 땅인가’. 그 시절, 서울 이태원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차고 넘쳤다. 이태원은 모슬렘(이슬람교도)의 땅이었고, 나이지리아인의 땅이었고, 해외 유학 세대가 외국 경험을 재확인하는 땅이었고, LGBTQI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땅이었고, 언더그라운드 예술인이 교류하는 땅이었다. 모두의 땅이었고, 누구의 땅도 아니었다.2021년 겨울, 이태원을 두고 코로나19 1년의 기억만 떠올리는 일은 참담하고 자연스럽다. 2020년 5월 나온 ‘이태원발 코로나19’라는 단어는 강력한 낙인이었다. 클럽, 밤, 성소수자, 개방성, 외국인… 이태원을 둘러싼 많은 것을 코로나19와 접붙여 풀이했다. 그럴수록 ‘보상 없는 기본권 제한’은 마땅한 듯 여겼다. 5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매 시점,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을 정지했다. 카페와 음식점 영업시간을 규제했다. 이해했다. 다만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제도화하지 않았다. 2019년 4분기 19.9%이던 이태원1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분기 29.6%까지 치솟았다. 2020년 3분기 이태원 관광특구 주점들 추정 매출액은 한 해 전보다 66.5% 줄었다. 2021년 1월9일 이태원은 다시 코로나19 방역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잊지 않았다. 다만 실효성 있고 현실적으로 방역 지침을 조정해달라고 했다. 합리적인 얘기였다. 헬스장, 학원, 피시(PC)방, 수영장, 돌잔치 업계도 더는 못 참고 목소리 냈다. 서울시장 후보들과 국회의원이 이태원을 찾았다. 국회는 영업정지 기간의 손실액을 보상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뒤늦게 찾는다. 기준을 두고 아직은 논쟁한다. 당장 해결된 것은 없다.“우리, 기자회견 잘된 걸까요?” 영업을 멈춘 이태원의 한 레코드바에 앉아 어느 상인이 물었다. 그의 작은 클럽은 2020년 365일 가운데 254일을 쉬었다고 했다. 월세를 무작정 보증금에서 깎고 있다. 국내외 새로운 문화를 전하고 앞서가는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는데, 정책 안에서는 그저 유흥업소다. 정부 지원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자유로워서 다양할 수 있었고, 다양한 게 자산인 이태원의 의미, 그런 공간을 지키는 게 우리 공동체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참 이야기했다. 그리고 끝내. “차마 이름을 밝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안한 듯 덧붙였다. 차고 넘치게 말할 수 있는 거리와 가게의 의미가 ‘이태원발 코로나19’, 그 낙인 안에서 잘못 풀이될까 두려웠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을 호소하는 일은 여전히 두려웠다. 낙인은, 그런 것이었다. 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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