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화 기자
법무부 장관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평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손발을 맞춰 협력해야 검찰 개혁이 실무적으로 안착한다고 말해왔다. 요즘 두 사람의 갈등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너무 급박하고 치열하게 (다툼이) 진행되니까 주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극단으로 몰고 가는 듯하다. 그래서 나도 발언을 삼가고 있다. 다만 검찰 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는 생각한다.”2020년 초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법무부의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등을 검찰 개혁 과제로 꼽았다. 원점이란 그걸 말하는가.“그렇다. 검찰의 집중된 힘을 분산하고 이를 안착시켜 국민에게 그 효과가 드러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정치권 싸움보단 현장에서 개혁 효과가 날 수 있게 해야 한다.”현장 안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훈령·예규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또 수사권을 받은 경찰이 직접 수사할 때 참고할 매뉴얼을 개발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경찰이 수사한 것을 검찰이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검찰과 경찰의 상호협조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인권친화적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현장에서 실현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은 현장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판사가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김 교수는 추-윤 갈등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두 기관의 극심한 갈등이 사법부로 넘어간 것(정치의 사법화)은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판사가 결정하는 상황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법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이라는 개인의 권리 문제로 보는 탓에 (판단 과정에서) 여러 맥락을 삭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평가는.“노무현 정부 때 검찰을 중립화한 성과가 있었다. 다만 공수처를 만들지 못해 실패했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공수처법이 통과됐다. 이만하면 진전된 거다. 큰 틀의 방향에서 중간 정도 성적은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정보경찰 폐지,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쪽은 아직 안 된 것도 있지만, 검찰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갈등이 있었다. 부드럽게 되지 못한 게 아쉽다. 또 정치와 재벌, 공정경제 같은 다른 개혁 과제랑 같이 가지 못한 것도.”검찰 개혁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지금까지 이룬 게 무엇이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남은 임기 동안 무엇에 집중할지, 시민사회나 학계에 요청할 것은 무엇인지, 차기 정부에 넘길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정부 안에서) 자체적으로 명백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 흐트러졌다. 각 주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리해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추 장관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검찰 개혁 이슈는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명확한 전략과 이행안을 세우고 접근할 수는 없었을까. 김 교수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사람들이 모여 (검찰 개혁) 전략을 공유해야 했다, 서로 얘기해야 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것이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눈앞에 닥친 것에 매몰되면서 목표를 간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로드맵이 부재한 탓이지만 리더십도 중요했다. 리더십은 북극성과 같아서 길을 잃을 때 쳐다보고 가는 것인데, 그 리더십이 흔들리니까 문제였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사태가 악화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충분히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메시지는 대통령한테서 나오는 것”
지금 대통령이 던져야 할 메시지가 있다면.“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사법 개혁’이란 말을 꼭 했다. 그래야 관련 부처와 법원도 (개혁) 의견을 냈다. 메시지는 대통령한테서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 개혁 메시지를 내고 검사들한테 개혁 동참을 호소하고 현장의 변화를 촉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윤 총장도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늦었다. 자칫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곤란한 상태가 됐다.”인터뷰가 끝날 무렵, 윤 총장이 제기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악으로 치닫는다고 평했더니 김 교수가 말했다. “매순간이 최악인 것처럼 보이지만 더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제라도) 싸움을 끝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복귀한 윤 총장은 12월2일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추 장관은 12월3일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사퇴설을 일축했다. 추-윤 갈등은 오늘도 계속된다.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