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사업권을 넘겨받으려는 상이군경회 본회에 맞서 지회 회원들이 대치하는 모습(왼쪽).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이 2018년 6월 말 시설을 확충해 새로 문을 열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이렇게 대폭 할인을 해주고도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은 큰 이익을 올렸다. 1~5월에만 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연간 30억원 가까운 순이익이 기대된다. 직원 50여 명을 직접 고용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그만한 이익을 낸 것이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국가유공자에게 15억원 이상 할인 혜택을 주고 30억원 가까운 연수익을 추가로 올릴 것을 고려하면 40억원 이상 부가가치가 새로 창출되는 셈”이라며 “그동안 상이군경회가 장례식장 사업으로 얼마나 큰돈을 주물렀는지 짐작된다”고 말했다. 서비스는 오르고 가격은 내리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숫자로 감지된다. 중앙보훈병원이 상주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2018년 3분기 이후 분기별로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97~98%에 이르렀다. 특히 “직원들의 친절”이나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칭찬하는 사례가 많았다. 중앙보훈병원 쪽은 장례식장을 직영 전환하면서 장례용품과 예복, 식당 등 모든 품목의 거래를 일반경쟁입찰로 바꿨다. 투명성을 높이고 뒷돈 거래 가능성을 막으려는 조처다. 이전 상이군경회는 모든 품목을 수의계약으로 공급받았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모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과거와 큰 차이”라며 “상이군경회가 위탁운영을 할 때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고 얼마나 버는지, 공단 쪽은 아무 내용도 보고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새로 제공하는 국가유공자 의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통령 근조기를 게양하고, 영구용 태극기를 전달하는가 하면 장의차까지 운구 의전을 제공한다.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직영 전환의 뚜렷한 효과는 ‘피우진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추진하는 보훈단체 개혁이 첫걸음을 뗐다는 분명한 신호다. 상이군경회는 지난해 이후 보훈처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워, 피우진 처장을 틈날 때마다 노골적으로 공격해왔다. 장례식장 사업을 뺏긴 아픔이 뼈아팠을 것이다. 장례식장 사업은 연 1800억원(2017년 기준)에 이르는 상이군경회의 여러 사업에서도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였다. 보훈공단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의 보훈병원 장례식장을 상이군경회에, 대전 보훈병원 장례식장은 고엽제전우회에 수의계약으로 넘겨 위탁운영해왔다. 사업권을 받은 상이군경회 등은 제3의 업체에 운영을 맡기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해왔다. 감독 당국인 보훈처와 보훈공단은 그동안 관리·감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상이군경회와 마찰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4개 광역시 장례식장도 직영 전환 장례식장 직영 전환을 앞두고 2017년 보훈처에서 작성한 내부 자료를 보면 “지난 30년 동안 보훈단체가 보훈병원 장례식장 운영을 독점함으로써, 장례식장 운영의 투명성 상실과 서비스 질 저하 등 각종 문제점이 불거졌다”고 했다. 또 “보훈단체 간부진 등 소수 개인이 거액의 수익금을 독점하는 각종 폐단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익금 누수가 연간 50억원에 이를 것이란 구체적인 추정 수치를 제시했다. 실제로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1년 운영한 결과, 수익금 누수 추정액이 단순한 추정액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서울의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 이어 4개 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보훈병원 장례식장의 직영 전환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예우를 강화하고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보훈처는 장례식장을 직영 전환하면서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장례식장 운영 수익을 보훈 대상자와 국민에게 최대한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한 보훈단체 관계자는 “상이군경회가 국가유공자를 위한 장례 서비스 제공에는 눈감고 손쉽게 이권을 누리려고만 했다”면서 “장례식장의 직영 전환은 상이군경회의 자업자득이고 그 이전에 너무도 당연한 시대 요구”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상한 판단
취재 응한 상이군인만 기소의견 검찰 송치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한겨레21>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한겨레21> 취재에 응한 ‘내부 고발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7월16일 제1260호에 실린 ‘김덕남은 어떻게 거부가 되었나’ 기사에서 실명으로 취재 도움을 준 광주의 상이군인 소민윤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소씨는 해당 기사에서 자신이 겪은 일과 관련해 “(1989년) 당시 (상이군경회 광주지부장이던 김덕남씨가) 자신의 형과 동생한테 (보훈연금매장) 가게를 여러 개 내주도록 하고, 광주시지부 간부 3명을 매장 법인이사로 올려 대신 급여를 주도록 했다”는 내용을 언급한 것이 전부다. 경찰은 정작 기사를 쓴 취재기자에 대해서는 불기소(무혐의) 의견을 냈다.
천낙붕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한겨레21> 표지 기사를 보도한 취재기자를 무혐의로 처리하면서, 일부 취재에 응한 취재원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을 올리는 경찰의 판단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소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상이군경회와 김덕남 회장 쪽은 경찰에서 소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씨는 1997년과 2013년 김덕남 당시 상이군경회 광주시지부장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50만원 벌금형과 1년 집행유예를 받았던 전력이 있다. 2013년에는 자기 돈을 들여 <동아일보>에 “국가보훈처는 반성하고 김덕남 상이군경회장은 물러나라”는 내용의 5단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상이군경회 집행부를 비판해온 한 관계자는 “소씨는 20년 이상 상이군경회 부조리를 파헤쳐온 내부 고발자”라고 말했다.
한편, 상이군경회가 <한겨레21>과 <한겨레> 기사를 상대로 제기한 나머지 고소 건은 모두 취하되거나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올라갔다. 상이군경회는 제1263호 ‘상이군경회 수익사업 절반이 불법’ 기사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다고 7월 초에 알려왔다. 이에 앞서 충북 충주경찰서는 지난 3월 <한겨레> 기사에서 실명이 언급된 김교복 상이군경회 개혁추진위원장을 상이군경회가 고소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