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플란(JEPLAN)의 홍보책임자 오키타 아이코.
제플란이 폴리에스테르 옷을 수거해 만든 재생 폴리에스테르.
티셔츠를 다시 티셔츠로 제플란의 목표는 버려지는 옷 전부를 재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회사를 설립할 때 전세계에서 대안에너지로 떠오르던 바이오에탄올에 주목했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 곡물에 포함된 당을 발효해 만드는데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다. 하지만 연료를 생산할 때 막대한 식량자원이 소비돼 지속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당시 이와모토는 면티셔츠는 식물이 원료이니 바이오에탄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다카오가 이와모토의 생각을 오사카대학 공동연구로 연결해 현실화했다. 제플란은 2009년 이마바리시에 공장을 짓고 근처 수건 공장에서 나온 섬유 부스러기(면)를 가져왔다. 면에서 셀룰로스를 추출해 효소를 넣어 당으로 변환하고 이를 발효시켜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공정에 성공했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에탄올은 수건 염색 공장 보일러 연료로 공급됐다. 오키타는 “대략 100% 면으로 된 티셔츠의 경우 70%를 바이오에탄올로 바꿀 수 있다. 200g 티셔츠에서 바이오에탄올 140㎖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면을 바이오에탄올로 바꾼다고 모든 옷을 재활용할 수는 없다. 전세계 의류 제품 가운데 약 60%가 석유를 정제해 만드는 화학물질인 폴리에스테르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플란의 기타큐슈 히비키나다 공장은 폴리에스테르 옷을 수거해 잘게 쪼개 에틸렌글리콜에 녹이는 공정 등을 거쳐 다시 재생 폴리에스테르수지로 만들어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를 생산한다. 이 원료는 섬유로 바뀌어 다시 옷으로 탄생하거나 우산 부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이와모토가 자주 이야기했던 “티셔츠를 다시 티셔츠”라는 꿈도 실현됐다. 기술은 완비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았다. 제플란의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헌 옷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키타가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재활용으로 돈 버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재활용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라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이와모토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티셔츠를 재활용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여러 기업을 돌았지만 처음에는 어디도 상대해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헌 옷 수거-재활용’ 유럽에 전파 계획 이와모토와 제플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재미를 느껴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아이디어를 꺼냈다. 바로 2010년 시작한 ‘후쿠후쿠(FUKU-FUKU, 후쿠(ふく)는 ‘옷’이라는 뜻)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의류 브랜드와 협력해 각 매장에 헌 옷 수거함을 비치해 지속해서 헌 옷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헌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 해당 매장에서 옷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주고, 이를 받은 소비자가 다시 매장을 방문해 옷을 사도록 유도해 기업 매출도 늘리는 방식을 구상했다. 회사 인지도가 없어 처음에는 기업과 손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 의류·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이 제플란의 취지에 공감해 매장에 헌 옷 수거함을 설치하며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오키타가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무인양품을 포함해 처음에 5개 기업의 참여로 시작했다. 일일이 제플란의 취지를 말하고 설득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평가가 좋아졌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헌 옷 수거함을 비치한 매장이 수거함이 없는 매장보다 매출이 소폭 오르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은 기부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프로젝트는 사회공헌도 하고 기업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확대됐다.” 현재 후쿠후쿠 프로젝트는 ‘브링’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파타고니아, 아식스 등 50개 넘는 유명 의류 브랜드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브링 스폿’(BRING Spot)이란 헌 옷 수거함은 일본 전역 의류 매장 1680곳에 설치됐다. 제플란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방점을 찍는 것은 소비자와 기업에게 “재활용이 옳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을 하면 즐겁다”이다. 제플란은 그래야 지속가능하다고 믿는다. 제플란이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제작한 미국 NBC유니버설과 손잡고 쓰레기로 달리는 자동차 ‘드로리안’ 이벤트를 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나왔다. 이와모토는 대학 시절 때 본 영화를 떠올려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6만 명이 드로리안을 달리게 하겠다며 헌 옷을 내놨다. 오키타가 그 이유를 추정했다. “2015년 10월21일 이벤트를 앞두고 8~10월 헌 옷을 수거했는데 평균 1년에 수거될 양이 3개월 만에 모였다. 소비자가 평소 귀찮게 느낄 수 있는 헌 옷 재활용에 즐거움을 제공하니 공감대가 커진 것 같다.” 202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헌 옷으로 비행기를 날리자”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제플란은 일본항공과 환경 스타트업 GEI(Green Earth Institute) 등과 손잡고 헌 옷 10만 벌을 모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옷으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해 비행기 연료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헌 옷을 보낸 사람 200명을 추첨해 바이오엔탄올로 나는 비행기에 같이 탈 계획이다.
일본 제플란 설립자 이와모토 미치히코가 헌 옷으로 만든 바이오에탄올로 달리는 자동차 ‘드로리안’에 타고 있다. 제플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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