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18일 신영철 대법관 취임식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승태 당시 대법관은 박시환 대법관 등 ‘독수리 5형제’와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박시환·김영란·김용담 대법관, 이용훈 대법원장, 신영철·양승태·김지형 대법관, 뒷줄 왼쪽부터 차한성·전수안·박일환·이홍훈·김능환·안대희·양창수 대법관. 연합뉴스
이 사건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꼽혔던 이재오 의원을 꺾고 당선된 문 대표가 1년 반 만에 의원직을 상실해 야당 탄압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창조한국당은 당시 총선 출마를 원하는 비례대표 후보한테서 6억원을 빌리면서 연 1% 이율의 ‘당채’(당 사무처에서 발행한 채권)를 발행해줬다. 검찰은 1%가 시중금리보다 낮아 그 차이만큼 창조한국당이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사실상 공천헌금이라며 문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문국현 유죄판결 기억 안 나시나요? 문 대표는 1·2심에서 모두 당선 무효형인 징역 8월이 선고되자 상고했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을 심리했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공소사실 외에 창조한국당 당직자들이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비례대표 후보자와 문 대표의 통화 내용 등 온갖 잡다한 것을 덧붙인 것에 주목했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 대 4로 문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1·2심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법원 역시 범죄 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서 공판이 진행되어 법관의 심증 형성이 이미 이뤄졌다면, 공소장일본주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수안·박시환·김영란·김지형 대법관은 “공정성에 흠이 있는 상태로 재판이 시작되면 그 이후의 모든 재판 과정에 첫 단계의 불공정성이 영향을 미쳐 전체 재판 과정에 심각한 흠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은 소수의견을 반박하는 보충의견을 냈다. 그는 “사안이 복잡하거나 범행 수법이 교묘한 경우에는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나 배경 등 전후의 정황에 관한 설명 없이 단순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만을 기재해서는 공소사실을 완성도 높게 특정할 수도 없다. (중략) 검사가 공소장에 필요한 범위에서 그와 같은 사실을 기재하고, 공판 과정에서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이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형사공판 절차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꾸짖기도 했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소수의견과 같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경직되게 이해한다면 오히려 형사사법 절차를 비효율적, 비현실적으로 만들어 정의의 실현에 장애가 초래될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그의 의견은 지금 사법 농단 재판에서 검찰의 반박 논리로 활용된다. 검찰은 3월25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이 사건은 지난 6년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저지른 복잡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직권남용 범죄의 특성을 보면 외견상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사정과 범행 동기 등을 자세히 설명해야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 검찰은 공소장에 적힌 내용을 모두 재판에서 입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소신과 정반대 주장을 한 탓에 양 전 대법원장 쪽이 외치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검찰은 그의 주장을 ‘시간 끌기 전략’으로 규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 농단 사건은 이미 대법원 진상조사단에서 한 차례 조사해 공개된 것이다. 큰 줄거리는 그때 다 공개됐는데, 검찰 수사기록을 보고 재판부가 더 갖게 될 예단이 뭐가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이 2018년 11월19일과 23일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고영한 전 대법관이 2018년 11월19일과 23일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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