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여섯 번째 강의 주제는 ‘음모론 시대의 남성성과 검사 영화’였다. 강사 손희정씨는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페미니스트로 <페미니즘 리부트> <그런 남자는 없다> <소녀들> 등의 책을 썼다. 이번 강의에서 그는 음모론이 득세하게 된 정치·사회적 배경을 분석하고, 음모론과 남성성에 대한 상상력이 어떤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검사 영화에서 관철되는지 분석했다. _편집자
손희정 대중문화 평론가가 강의하고 있다.
질문해볼 것은 검사 영화의 욕망이 정말로 흙수저/시민의 복수와 정의 구현에 있느냐다. <내부자들>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백윤식·이경영 등 권력자들이 은밀한 고급 술집에서 여성의 몸덩어리를 옆에 두고 술을 먹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봤을 때 내부자들이 응징되는 것에만 즐거움을 느꼈을까. 관음증과 함께 내부자들이 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진 않았을까. 검사 영화가 남긴 유행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부당거래> 류승범 대사), “어이가 없네”(<베테랑> 유아인 대사)는 모두 권력자들의 것이었다. 엄마 없는 가족 이야기 하나 더, 영하 <내부자들>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캐릭터에겐 어머니가 없다.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뒤 경제난을 ‘아버지의 위기’로 치환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된 여성의 고통은 지워졌다. 아버지의 기를 세워주고 아버지가 재난을 극복하게 해줄 거라는 상상력 안에서 엄마 없는 가족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 끝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영화는, 여성은 시체로만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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