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가우디수산의 배삼준 대표가 환경부와의 10년 싸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환경부는 액상처리기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처리기라며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튿날엔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서울산업대학교의 ㅂ 교수가 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가우디환경을 문 닫게 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 한 번의 공청회를 거친 뒤 환경부는 액상처리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환경부 정책 비판으로 보복당했다는 배 대표의 주장은 피해의식이 아닐까? “2008년 3월13일 환경부는 분쇄 또는 소멸된 고형물을 물과 함께 하수 등으로 배출하는 기기는 사용 불가라며 저희 제품 사진을 첨부해서 공문을 보냈어요. 이래도 보복이 아닌가요?” 배 대표가 제시한 환경부 공문에는 실제 가우디환경의 로고가 부착된 제품 사진이 첨부돼 있다. 배 대표는 과학원과 환경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패소. 2015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환경부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해 소송가액의 7분의 1인 1억500여만원에 대해서만 나눠서 가우디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분 승소였다. 환경부와 배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패소했다. 올 1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배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12년간의 싸움은 배 대표의 패배로 끝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8월3일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이미 환경부의 조치에 고의성이 없다는 것으로 법적 결론이 났다. 무엇보다 공문 발송 5개월 전에 이미 고형물이 전체 배출량의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다. 그 사이 기술개발로 규제를 피할 시간이 있었다. 배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원이 환경부 손을 들어줬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2심 판결 때 분명 환경부 공문의 위법성이 드러났는데 대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성공가도를 달린 그에게도 국가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한때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떨어진 뒤 1997년부터 1년 가까이 S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대행진>을 진행했다. “1998년인가 전화로 출연을 했더랬어요. 다음날 작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때 가우디 모피 회사가 잘나갈 때였는데 ‘아내와 함께 매장에 한번 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오시라고 했죠. 다음날인가 권양숙 여사랑 같이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그해 7월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이 한번은 전화를 해왔다. “‘니 형님이 선거에 나왔는데 안 도와주나?’ 하더라고요. 근데 그때 제가 대북사업을 한다고 정신없었거든요. 서운하셨는지 이후 연락이 없으시더라고요.” 그즈음 그는 러시아 연해주 싱카이호(흥개호) 부근에 여의도 면적 40배 크기의 땅을 장기 임대해 북한 식량 공급 사업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쌀·콩·옥수수 등을 경작해 절반은 남한에 팔아서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으로 절반은 북한에 무상으로 준다는 계획이었는데, 당시 북한 당국자들과 접촉이 여의치 않았고 남한 정부도 곡물을 못 들여온다고 해서 포기했다. “딱지치기처럼 번 돈 환원할 것” 배 대표는 2000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고 나서 연락을 드렸다. “장관실에 한번 놀러 오라고도 안 한다고 서운하다 했더니 ‘장관실 뭐 볼 게 있냐’고 너털웃음을 짓던 게 생각납니다. 참 사람이 소탈하고 격의 없었어요.” 선거를 돕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일까.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탄핵 반대 의견광고를 일간지에 수차례 냈다. 머잖아 미혼모와 독거노인을 돕는 일을 벌일 계획이라는 그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어릴 때 딴 딱지를 동네 꼬마들에게 나눠준 일처럼 내가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