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이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7월5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우페 엘베크 ‘카오스필로츠’ 설립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대만에서 해마다 대규모 교육 박람회인 ‘자셰어’를 열어 행사 참가자들이 교육 현장에서 시도하는 ‘혁신 모델’을 공유하도록 기획한 오지 수 ‘오지아트컨설턴트그룹’ 대표도 “우리가 설립한 자셰어 학교의 슬로건은 ‘존재하기 위해 학습하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모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배우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학습하라는 뜻이다. 살인적 경쟁 시스템에 갇혀 암기 위주의 학습을 하는 아이들에게 ‘나’를 먼저 깨닫고 ‘나의 관점’을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차별 없애는 마법 같은 혁신 교육 혁신도 중요하지만, 빈곤과 장애 등으로 여전히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조차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불법 이민자 아이들을 위한 ‘에타니아 학교’를 운영하는 캐스린 리바이는 “보르네오섬의 350만 명 중 100만 명이 불법 이민자다. 이민자 아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도 무국적자다. 당신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 학교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청소년을 일대일 학습 지도하는 비영리단체(NPO) ‘기주키교이쿠주쿠’의 야스다 유스케 대표, 타이의 고산지대 아이들을 위한 인터넷 교육 플랫폼을 개발한 사회적기업 ‘런에듀케이션’의 타닌 팀통 대표도 “교육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놀 시간도 없이 너무 많은 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어른이 되기 위해 교육하는 게 아니라, 교육받지 않은 아이들도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혁신가들의 경험을 나누는 ‘모두를 위한 교육’ 세션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이 연사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에 못지않게 가슴을 뭉근하게 데우는 답변이 나왔다. “주변에 학교가 없어서, 학교가 멀어 가다가 지쳐서 배움을 포기한 아이들에게 그로 인한 결과를 (사회가 아닌) 자기 몸으로 다 받아안으라고 하는 건 불행한 일이에요. 지독한 가난으로 뒤덮인 나라에선 사회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요. 그럴 땐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태를 없애줘야 합니다.” 탄자니아 학교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장착된 태블릿PC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에누마’ 이수인 대표의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에누마를 운영하는 이 대표는 장애아동 학습용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로 마법을 일으켜’ 공교육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아이들을 돕는 미래를 꿈꾼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21>과 국제적 연결을 통한 사회혁신 촉진 기관 ‘씨닷’(C.)이 공동 주관하는 ANYSE는 올해로 4년째 열렸다.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선 아시아 각국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교육처럼 기존 방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에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청년 혁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혁신가들을 격려했다. 박원순과 조희연 “교육 분야 청년 혁신가 필요” 이날 축사를 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행사장을 직접 찾아 우페 엘베크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조 교육감은 축사에서 “여기에 모인 아시아 국가들은 교육을 통해 나라의 입지를 다지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유사한 역사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교육이 지금은 오히려 사회 통합과 지속가능성을 방해하는 불평등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교육의 역설이다. 권위주의적인 과거를 뛰어넘으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본·타이·말레이시아·대만 등에서 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날 행사장에는 시민 3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8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연사에게 앞다퉈 질문을 쏟아내는 등 교육 혁신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그동안 <한겨레21>이 연재한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 기사는 <한겨레21> 누리집(http://h21.hani.co.kr/arti/SERIES/255/)에서 한꺼번에 모아 볼 수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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