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호 학생의 첫째누나 보나씨(왼쪽)와 남지현 학생의 언니 서현씨(오른쪽)가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만나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형제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귀 기울이고 함께 우는 이들은 위급한 탈출의 순간에도 서로를 보살폈고 사람들을 구했다. 누군가를 위해 힘을 내었고, 부모를 보살피러 가족 안에서의 역할을 조절했다. …이들에게는 타인의 상처에 감응하는 힘이 있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이 슬픈 말 뒤에 따라붙은 말,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지금껏 할 수 있는 걸 해왔던 이들이 또다시 할 수 있는 걸 찾아나서고 있었다. 어린 피해자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무능하고 미성숙했지만, 이들이 보내온 시간은 성숙했다. -배경내(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진상 규명은…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가… 정말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사회가 되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준혁(생존학생) 대학생 되면 1인 피켓 시위 이런 거 전국적으로 다니는 게 제 버킷리스트예요. 부모님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부모님 세대가 갈 때까지 이 일이 해결 안 돼도 형제자매들이 할 거라고, 계속 이어질 거라고… 사람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재영(세월호 희생자 김동영의 동생) 애들이 죽은 건, 침묵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이 시대의 어른들, 제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래서 또 이런 참사 일어난다면 죽는 것보다 더 비극적일 것 같아요. 그렇게 안 살기로 다짐했어요. -박예나(세월호 희생자 박성호의 둘째누나) 내가 빈민지역과 농촌에서 30년 동안 만나온 아이들은 어린 시절 겪은 폭력과 학대, 유기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글을 쓰는 것은 아픈 기억과 마주하는 일이고, 그로 인한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이었다. 어렵게 용기를 낸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들 속에서 마음의 힘을 되찾았고, 지금보다 나은 삶을 찾아가는 길의 동지가 되었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는 내내 이 책이 우리의 글쓰기를 닮았다고 느꼈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세월호 참사로 형제와 자매를 잃은 형·누나·동생들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친구들이 또래들에게 “어른들이 만들지 못한 안전한 세상,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내미는 손이다. 제가 살고 싶은 삶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예요. 이렇게 살지 않으면 동생한테 미안할 것 같기도 하고, 이 일을 겪고 나서 더 확신이 들어요. -박예나(세월호 희생자 박성호의 둘째누나) 아직은 멀었어요. 근데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싶어요. 실패해도 그걸 발판 삼아 하나씩 하나씩… 넘어지는 법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제 일어서는 법을 알아야죠. 내가 이런 큰일을 겪었는데 무엇을 해야만 하나.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희망을 주는 사람? 지금은 확신이 없지만 나중에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거나 해결해주거나 아님 같이하고 싶다’ 그런 꿈을 갖고 있는 거예요. -조태준(생존학생) 저는 그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양심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준혁(생존학생) 우리가 동료로 나설 때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끔찍한 기억과 싸우면서도 진실을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남서현씨는 세월호 참사 당사자들에게는 세월호 이전의 삶과 세월호 이후의 삶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이제 부모님의 동료가 되어 진실에 다가가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이제는 우리가 생존학생과 유가족의 동료로 나설 때다. ‘다시 봄이 올 거’라고 믿는 그들 곁에 서서, 다시 맞을 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김중미 동화작가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