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보도자료에 언론은 중구난방 보도… 대통령 홍보, ‘양’보다 ‘질’을 키워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는 하루 평균 18건 안팎의 대통령 관련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그 내역을 보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무회의, 국정과제 회의, 외빈 접견을 비롯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공식 일정마다 보도자료가 나온다. 요즘에는 검사장과의 대화, 여성 공무원과의 대화 같은 형식으로 대통령이 40~50분에 걸쳐 특강을 하고 점심도 함께 하는 일정이 많은데, 그때마다 기자들이 진행 상황을 취재한다. 과거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의 대통령실, 또는 내각제 나라의 총리실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통령 홍보의 양적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활동 공개가 좋다지만…
이 와중에 언론에는 거의 매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싼 가십성 보도가 만발하고 있다. 최근 산학협동 관련 행사에선 ‘산학협동’과 무관한 “남의 밥에 든 콩이 커보일 때가 있다. 대통령이 괜히 됐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말이 부각됐으며, 검사장들과의 오찬에선 “대통령도 검찰을 보면 으스스하다”는 말이 밑도 끝도 없이 핵심 키워드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 부각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은 “본론과 무관한 가벼운 농담이었는데 전후 맥락을 거두절미한 ‘꼼수 보도’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언론을 탓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일부 참모들 사이에선 “적대적인 언론 환경을 탓하면 뭘 하냐. 그런 가십거리를 만들어내지 않는 게 해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사태를 좀더 본질적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국민한테 과연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국민 사이에서 “노 대통령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쏟아지는 배경에 바로 이런 문제가 있다. 하루에 18건씩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면 언론매체들은 그 중 자기 기준에 따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즉 각자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서 보도하게 마련이다. 청와대 홍보참모들이 중구난방식 언론 보도에 불만을 털어놓지만 사실은 청와대쪽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큰 셈이다. ‘대통령 홍보’의 양적 폭발은 자신의 활동이 최대한 공개되는 게 좋다는 노 대통령의 희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으로써 국민이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고 거기에 협력하리라는 생각이 깔린 듯하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런 게 공개성과 투명성을 지향하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어울린다고 보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도 날고 긴다는 홍보 전문가들이 모여 있지만, 이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관리’하거나 ‘가공’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백악관의 치밀한 ‘전문성’ 그러나 홍보에 관해 우리보다 한수 위라고 해야 할 미국 백악관이 홍보의 ‘양’보다는 ‘질’에 무게를 두는 점을 청와대 사람들은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이를테면 지난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때 백악관은 정상회담 뒤 로즈가든(백악관 뜰) 공동 기자회견 카드를 막판까지 쥐고 있다가 회담 세 시간 전에 이르러서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국쪽에 통보했다. 백악관 홍보참모들은 그날 저녁 미국 텔레비전 뉴스의 부시 대통령 관련 아이템을 어떤 것으로 가져갈지를 끝까지 저울질하다 다른 홍보거리가 별게 없자 노 대통령과의 회담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즉, 단순명쾌하며 단일한 아이템과 메시지가 가장 전달효과가 높다는 ‘전문적 이치’를 백악관은 치밀하게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 정치부 박창식 cspcsp@hani.co.kr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이틀 앞둔 6월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최근 대통령 홍보의 ‘양적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사태를 좀더 본질적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국민한테 과연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국민 사이에서 “노 대통령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쏟아지는 배경에 바로 이런 문제가 있다. 하루에 18건씩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면 언론매체들은 그 중 자기 기준에 따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즉 각자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서 보도하게 마련이다. 청와대 홍보참모들이 중구난방식 언론 보도에 불만을 털어놓지만 사실은 청와대쪽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큰 셈이다. ‘대통령 홍보’의 양적 폭발은 자신의 활동이 최대한 공개되는 게 좋다는 노 대통령의 희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으로써 국민이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고 거기에 협력하리라는 생각이 깔린 듯하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런 게 공개성과 투명성을 지향하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어울린다고 보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도 날고 긴다는 홍보 전문가들이 모여 있지만, 이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관리’하거나 ‘가공’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백악관의 치밀한 ‘전문성’ 그러나 홍보에 관해 우리보다 한수 위라고 해야 할 미국 백악관이 홍보의 ‘양’보다는 ‘질’에 무게를 두는 점을 청와대 사람들은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이를테면 지난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때 백악관은 정상회담 뒤 로즈가든(백악관 뜰) 공동 기자회견 카드를 막판까지 쥐고 있다가 회담 세 시간 전에 이르러서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국쪽에 통보했다. 백악관 홍보참모들은 그날 저녁 미국 텔레비전 뉴스의 부시 대통령 관련 아이템을 어떤 것으로 가져갈지를 끝까지 저울질하다 다른 홍보거리가 별게 없자 노 대통령과의 회담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즉, 단순명쾌하며 단일한 아이템과 메시지가 가장 전달효과가 높다는 ‘전문적 이치’를 백악관은 치밀하게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 정치부 박창식 cspcsp@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