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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선 한 달 앞, 1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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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2-02-04 10:52 수정 : 2022-02-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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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3일 저녁 첫 대선후보 TV토론에 나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토론에 앞서 카메라를 보며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대선 민심의 분수령으로 언급됐던 설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설 직후 대선 구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2강 1중 1약’이다. 2강은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안갯속 접전 중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여전히 판을 뒤흔들 이슈로 잠재해 있다. 설 이전과 견줘 뚜렷한 변화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분수령의 시점이 살짝 보류된 듯하다.

‘2강’ 중 어느 쪽이 안정적인 1위로 올라설 것인가. ‘1중’이 공언해온 것처럼 ‘3강 트로이카’ 체제는 구축될 것인가. ‘1약’은 자신의 존재감을 우뚝 드러낼 것인가.

2022년 2월3일 첫 ‘4자 TV토론’을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2월13~14일 후보 등록, 2월15일~3월8일 22일 동안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이어진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한겨레21>은 TV토론이 앞으로의 지지율에 미칠 영향, ‘을’을 배제하는 우파 포퓰리즘의 언어, 일곱 글자 내외로 표시되는 ‘한 줄짜리’ 단문 정치, 정권심판론에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상황 등 한국 정치를 분석하는 다양한 읽을거리를 준비했다. _편집자

“설 연휴 직전부터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확실한 우세를 점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 후보의 지지율 반등세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설 연휴 민심은 한마디로 정권교체 열망이었다. 내일(2월3일)부터 진행될 TV토론을 통해 윤석열 후보는 지도자의 면모를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이다.”(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35일 앞둔 이날, 양당이 전한 설 민심은 정반대였다. 이재명 후보 쪽은 ‘지지율 반등세’를, 윤석열 후보 쪽은 ‘정권교체 열망’을 강조했다.

박빙의 1·2위 후보는 경쟁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28일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전 양상 이-윤, “반등세” “정권교체 열망”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누구의 우세도 예측하기 어려운 오차범위 내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2월2일 전국 성인 1012명에게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해 2월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 40.4%, 윤 후보 38.5%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내 접전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8.2%,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3%였다. 앞서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월23~28일 전국 만 18살 이상 3047명에게 실시해 1월31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38.5%, 윤 후보는 40.2%였다. 한 주 전 같은 조사에 견줘 이 후보는 1.7%포인트 올랐고, 윤 후보는 1.8%포인트 하락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일주일 만에 오차범위 밖인 5.2%포인트에서 오차범위 내인 1.7%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8%포인트). 안철수 후보는 전주에 견줘 0.3%포인트 오른 10.3%였고, 심상정 후보는 2.4%였다.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윤 후보가 상승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1월27~29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조사해 1월3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 후보 33.2%, 윤 후보 37.8%로 집계됐다. 한 주 전 같은 조사에서는 이 후보 34.5%, 윤 후보 33%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 후보는 1.3%포인트 떨어지고, 윤 후보는 4.8%포인트 오르며 반전됐다(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안철수 후보는 전주 조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11.1%, 심상정 후보는 2.3%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역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 격차가 근소해지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번 대선처럼 1·2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원인은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상징하듯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유권자가 자신을 지지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혼전 양상 속에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30% 중후반대 지지율에서 40% 초중반대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확장’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여기서 중도 확장이란 세대로는 2030세대, 지역으로는 수도권 등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15~20% 정도의 유권자(스윙보터)의 지지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양쪽 다 지지할 이유 제공 못해”
이 후보와 민주당은 설날(2월1일)을 앞두고 송영길 당대표의 총선 불출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3곳 무공천, 3040세대 젊은 장관으로 내각 구성, 86그룹 퇴진론 등 쇄신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쇄신 효과는 미지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답보 문제는 결국 후보 본인의 문제다. 이렇게 변죽을 울리는 내용으로는 중도층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말하는데 이게 단순히 레토릭(말치장)이냐, 기조의 변화냐와 관련해 젠더·노동·대북관계 등 주요 분야별로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판에 등판했지만, 50% 중반에 이르는 정권교체 여론을 자신의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설 연휴 전주에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축소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경북 성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설 연휴 기간에도 사실상 중국인을 겨냥한 이주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런 메시지들은 주로 보수층이나 2030 남성을 타깃으로 한 것 같다. 중도 확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중도 확장을 한 후보는 지지율이 빠질 때는 빠지고 올라갈 때는 올라가는 등 지지율이 춤을 춘다. 이것이 거의 선거 날짜에 가까이 가서도 후보를 바꿀 수 있는 스윙보터의 특징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중도층의 지지가 낮은 후보는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정체된다. 이 후보가 이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2강 1중’의 현재 판세에서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야권 단일화 후 가상 다자대결’ 결과를 보면 이재명 34.8%, 윤석열 45%, 심상정 3.6% 또는 이재명 30.8%, 안철수 47.1%, 심상정 2.7%로 집계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든 안 후보든 누구로든지 야권 단일화를 하면 단일화 세력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현실화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개혁 지지층의 결집이 예상돼 섣부르게 단일화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대선의 경우를 보더라도 후보 단일화 효과는 강력하다. 1987년 대선에선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득표율 28.03%)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7.04%)가 단일화를 했다면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36.64%)를 넉넉하게 이겼을 것이다. 단일화 실패가 야권의 패배로 직결된 사례다.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으로 단일화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40.27%)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에게 박빙으로 승리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48.91%)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에게 신승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룰 협상을 하다 결렬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이뤄졌지만 시너지는 모자랐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55%)가 문재인 후보(48.02%)에게 승리했다. 후보 단일화시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2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단일화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자강에 노력을 기울이고 지지율 제고에 노력하겠다”며 자강론을 내세웠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2월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단일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1일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에서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변죽만 울리는 이재명, 보수만 파는 윤석열
야권 단일화를 위해선 지난한 ‘밀당’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 야권이 단일화를 하려면 대선 한 달여 전인 지금부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2월13~14일 후보 등록, 2월28일 투표용지 인쇄, 3월4일 사전투표 등의 일정이 각각 단일화의 고비라고 볼 때, 각 시한을 넘길수록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2월3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안철수 후보 쪽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 선거운동 시작까지 12일이 남았다. 지금도 늦었다”며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단일화 협상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는 결국 지지율에 달렸다. 지난 연말연시처럼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라면 단일화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만으로 이 후보를 이길 만하다고 국민의힘이 판단하는 상황이 되면 단일화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단일화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예측도 조심스레 엇갈린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단일화 여지를 20~30% 정도 남겨놓는 전제에서, 지금으로선 단일화 없이 끝까지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워낙 시간이 촉박하고, 안 후보가 그냥 백기 들고 항복하는 식으로 단일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윤 후보가 결단해야 한다. 1997년 DJP연합에 준하는 공동정부의 파트너로서 안 후보를 예우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결단을 해야 할 텐데 그런 결단이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지금 상황은 2002년 대선 때와 비슷하다.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윤 후보와 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니까 더욱더 단일화 필요성이 높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이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 (야권 처지에서는) 그건 도박이다.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생길 것이고, 그런 점을 고려하면 늦게나마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 TV토론 파급력도 ‘갸웃’
한편 2월3일 저녁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가 첫 4자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맞붙었다. 후보들은 부동산, 외교안보, 일자리 분야 등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벌였다. ‘초보 정치인’ 윤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구체적인 ‘압박 질문’ 공세를 받았다. 안 후보가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84점”이라고 말하자 윤 후보는 “아 예, 84점”이라고 고쳐 말했다. 또 이 후보가 알이백(RE100)에 대한 대응과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대해 묻자 윤 후보는 “알이백이 뭐죠?” “EU 뭐라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가르쳐달라”고 답했다. RE(Renewable Energy)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지구적 캠페인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EU 택소노미는 녹색 분류 체계다. 여기에 원전을 포함시킬 거냐 말 거냐가 논란이다. 원전을 어디에다가 지을 생각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안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연금개혁과 관련해 “연금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선언하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다른 후보들도 동의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안희정 편”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제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김지은씨를 포함해서 모든 분에게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앞으로 대선까지 3차례의 법정 TV토론에서 격돌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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