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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뉴노멀] ‘검찰개혁’은 무엇을 싸는 포장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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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12-11 05:41 수정 : 2020-12-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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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사진

이 글을 쓰는 시점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가 확정이 안 됐다. 결론이 뭐든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 것은 확실하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했다. 하락 원인으로는 부동산 문제와 윤석열 총장 징계 논란이 꼽힌다. 부동산은 정치적 조정 여지가 없는 문제여서 누군가의 표현대로 지금은 ‘맞으면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 징계 문제는 아니다.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패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혐의가 중대하다고 했다. 그러나 6개 징계 사유 중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중징계 근거는 없다고 봐야 한다. 법관 사찰 문건 의혹이 그나마 중해 보인다. 물론 대검의 수사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법관 개인의 동향을 수집한 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이게 불법행위인지 의견은 갈린다. 농구를 잘한다거나 술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검찰이 법관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가 된다 하더라도 과연 해임에 이를 정도일까?

남의 눈 의식 않는 난타전을 결심했다면 적어도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급소를 때려 기절시키든, 꼼짝 못하게 외통수를 만들든. 그런데 추미애 장관이 한 건 다섯 대 맞고 한 대 때리는 싸움이다.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은 화끈하게 못해서라기보다는 ‘졸전’을 하고 있어서다. 절차적 정당성 없는 징계를 그대로 집행하는 부담을 안게 된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나선 것은 추미애 장관이 정권에 안긴 부담의 무게를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연내 권력기관 개혁 완수를 공언하고 여당이 국회 절차를 밀어붙인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논란을 빨리 끝내고 내년에 산뜻한 기분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뜻일 거다. 고민을 이해하지만 부작용이 심각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필요하다. 하지만 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것은 유감이다. 물론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을 땐 딴청 피우다 출발한 다음에야 곧 타려고 했다며 억울하다 항변하는 야당도 잘한 것은 없다. 이들의 목적은 버스에 타는 게 아니라 그저 목소리를 높이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국정 파행은 여당 책임이다.

이렇게 밀어붙인 것 중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 담합 등과 관련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공정위와 기업의 유착, ‘봐주기’ 등으로 귀결됐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도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여당은 유지를 추진했고, 이에 반발하는 정의당을 달래기 위해 폐지로 내용을 바꿔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시킨 뒤 다시 유지로 되돌렸다.

논란이 되자 여당은 검찰권이 비대해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기업 수사는 정권을 향한 음모이고 공정위는 이를 막는 방패라는 얘긴데,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편집증일 거다. 재계와 타협했다는 평가를 피하고 싶어 검찰 개혁이란 핑계를 동원한 것 아닌가?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밀고 당기기의 결과물이라는데,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 개혁이란 무엇을 하기 위한 포장지인가?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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