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당 간부들. 노동신문 뉴스1
대중과 직접 접촉을 꺼리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연설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2012년 4월15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해 첫 공개연설을 하면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2017년 신년사)고도 밝혔다. 평양종합병원 연설에서도 김 위원장은 보건의료 현실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그는 “우리 당은 (지난해) 당 중앙전원회의에서 나라의 보건, 의료부문의 현 실태를 전면적이고도 과학적으로 허심하게(솔직하게) 분석 평가했다”며 “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 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둘, ‘인민의 운명’ 책임질 보건복지 상징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평양 보건의료 상황을 지적한 것은 북한 전체 보건체계를 비판한 것과 다름없다.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의학제 등 북한 보건의료제도는 외형상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북한 보건의료 인력은 인구 1만 명당 약 32.9명으로, 세계 평균인 14.2명보다 많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 이후 보건의료 시스템이 무너졌다. 병원에 의료장비와 소독제, 마취제, 치료약이 부족해 환자들은 병원에 가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의 위치가 “평양시 안에서도 명당자리”라고 했다. 남한으로 치면 주요 기관이 몰린 서울 광화문과 번화한 강남을 합한 곳이다. 착공식이 열린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거리 옥류 3동 주변에는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탑, 김일성-김정일화(꽃) 전시관, 동평양 대극장, 주체사상탑이 있고, 50m 거리에 대동강이 있다. 노동당 창건기념탑 도로(6차선) 건너편 분수대 공간에 평양종합병원을 짓는다. 노동당 창건기념탑 모양은 당 마크인 노동자(망치), 농민(낫), 인텔리(붓)를 상징한다. 이 탑을 마주한 곳에 병원을 지어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 사랑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어머니 당’이 인민의 운명을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평양종합병원을 지어 강조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평양종합병원을 평양의 랜드마크로 삼으려 한다. 김 위원장은 “수도의 한복판에 솟아오르게 될 평양종합병원은 적대세력들의 더러운 제재와 봉쇄를 웃음으로 짓부시며 더 좋은 내일을 향하여 힘 있게 전진하는 우리 조국의 기상과 우리 혁명의 굴함 없는 형세를 그대로 과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착공식 연설을 마무리했다. 셋, 코로나19로 막힌 관광사업 타개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올해 계획되었던 많은 건설사업을 뒤로 미루고 (종합병원을) 착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3대 관광사업(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관광단지, 양덕온천관광지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광으로 대북제재를 극복할 구상이었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닫고 외부 관광객이 끊어져 이 구상이 틀어졌다. 올해 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다. 북한은 5·10년 단위로 행사를 크게 연다. 올해 당 창건 75주년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3대 관광사업 대안이 평양종합병원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통해 코로나19 국면에서 보건의료의 중요성 강조, 자력갱생을 통한 대북제재 극복, 당 창건 75주년의 성과물 마련이란 세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