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진 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가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정동영 당 상임고문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당대표가 되더라도 문재인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나온다. “친노가 정치 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정면승부를 택한 문 의원은 투명한 공천을 통한 계파 공천 극복, 정책정당화 등을 내걸었다.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개혁공천을 하려면 몇몇 인물을 물갈이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친노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등 뭘 해도 언론과 당 내부에서 친노-비노 대립을 부각시킬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 생활을 오래 한 한 인사는 “소 1300마리를 이끌고 북한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130명의 우리 당 의원을 이끄는 것이 더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미흡한 문 의원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 의원이 당의 변화와 혁신의 책임을 맡겠다고 나섰다면, 정동영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우경화의 늪에 빠졌다”며 쇄신의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그래서 ‘정동영의 선택’은 무너진 진보정치까지 복원한 대안 야당을 창당하려는 이들에게 합류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2009년 탈당, 복귀’의 역사 정 고문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참여해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진보 성향의 학자, 노동·문화계 인사로 구성된 국민모임 쪽은 정 고문이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미국에 갔다가 돌아온 뒤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의 현장을 찾으며 노동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행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 고문도 “(새 야당의 출현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야당이 야당 노릇을 못한 업보”라며 창당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국민모임은 정 고문 외에 광주에서 정치 행보를 강화하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수도권 쪽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신당 추진 세력은) 제1야당에 실망한 호남과 진보 유권자를 규합하면 신당이 다음 총선에서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해 원내 3세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고문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2009년 4월 재보선 때 탈당해 전북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에 복귀했고 이번에 창당을 위해 다시 탈당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 정 고문이 창당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노리려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재선 의원은 “정 고문이 노동을 위한 진보정치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체의 선출직 공직(국회의원 등)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진보적 대중정당을 세우겠다면 그 진정성을 좀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야당이 다시 나뉜다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정 고문이 (창당 대신) 우리 당이 더 진보적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고문의 최근 모색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측근은 말했다. 이 측근은 “사실 정치인한테는 탈당했을 때 받을 비난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정 고문 지지자 중에도 이런 정치적 혹한기에 (당을) 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정 고문의) 소명의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서로 밀접한 영향권에서 ‘밀당’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과 정동영의 선택이 서로 밀접한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이 당대표가 돼 제1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으면, 정 고문을 포함한 신당 추진 세력이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체제’ 출범 이후 ‘친노-비노 갈등’이 격화하면, 새정치연합에서 이탈하는 인사들이 신당 추진 세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야권에서 걱정하는 것은 ‘공천 지분 다툼’을 벌이는 마지막 세 번째 경우다. “친노-비노 대립으로 새정치연합에서 일부가 이탈한 뒤 (정 고문 등의) 신당에 합류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쪼개진 야당이 선거연대를 하면서 (공천) 지분을 나누는 행태를 반복하면 야권이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새정치연합 경기 지역 의원)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