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오믈렛, 연대의 소시지
관광객 돌아오는데 복직은 기약 없어…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이유 있는 ‘무료 조식’
등록 : 2023-01-01 19:18 수정 : 2023-01-02 13:34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성탄절을 앞둔 2022년 12월2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거리에서 푸드트럭을 빌려 조리한 음식을 노동·시민단체 관계자와 관광객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성탄절 전날인 2022년 12월24일 자신들을 쫓아낸 세종호텔 앞 서울 명동 거리에서 호텔 투숙객과 관광객, 연대 노동자들과 ‘성탄 무료 조식’을 함께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세종호텔이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며 해고됐다. 해고노동자 12명은 1년여 동안 복직을 요구하며 호텔 앞 거리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왔다.
영하 10도를 넘어 얼어붙은 거리에서 지내는 이들이 무료 조식 나눔 행사를 한 것은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세종호텔은 식음료 담당 직원을 모두 해고한 뒤 투숙객에게 조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고진수 세종호텔노동조합 지부장은 “거리두기가 해제돼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투숙객에게 조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객실만 운영하면서 호텔이라는 명칭을 유지할 순 없다. 해고자를 복직시켜 조식을 제공하란 뜻에서 무료 조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100인분의 ‘무료 조식 세트’를 준비했다. 오믈렛, 샌드위치, 브로콜리, 베이컨, 소시지가 든 조식 도시락에 크림스프와 전복죽까지 더했다. 이들에겐 너무도 손에 익은 이른바 ‘호텔 조식’이다.
이날 나눔에는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주문받거나 음식을 나르며 함께했다. 연대한 이들은 성탄의 축복으로 해고노동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응원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12월23일 한 동료의 집에서 무료 조식 행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이주형씨(맨 오른쪽)가 푸드트럭에서 베이컨과 소시지를 굽고 있다.
해고노동자 정혜진씨가 완성된 조식 도시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