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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영우는 놓친, 대정읍 남방큰돌고래를 만났다

마지막 남은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야생 방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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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2-08-20 15:27 수정 : 2022-08-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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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무리가 2022년 8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호흡하려고 물 밖으로 나온 돌고래는 6마리지만, 20여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무리로 추정된다. 류우종 기자

마지막 남은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수컷·20~23살 추정)의 야생적응 훈련이 제주 바다의 높은 파도와 바람, 폭우 등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 진행되고 있다. 

야생적응장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뭍에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됐다. 직경 20m, 깊이 8m의 가두리 야생적응장 안에는 3개의 음향탐지 기기가 설치됐다. 이 기기는 야생 개체와의 소통을 녹음하는 구실을 한다. 보통 돌고래는 휘슬음과 클릭음 두 가지 소리로 소통하는데, 이를 녹음해 비봉이가 야생 개체와 교류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야생적응장 주변 두 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야생 개체들과의 접촉과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비봉이가 가두리 안에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채 헤엄치고 있다. 폭우로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와 물빛이 흙색이지만 곧 파도에 씻겨나갔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가두리에 도착한 시설관리팀이 폭우와 높은 파도에 그물이 찢겼는지 확인한 뒤 살아 있는 고등어를 던져넣고 있다. 활어를 사냥해 먹게 하는 것도 야생적응 훈련 중 하나다.  류우종 기자

비봉이가 야생적응 훈련 중인 대정 앞바다 가두리 뒤편으로 남방큰돌고래들이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비봉이는 3~6살 때로 추정되는 2005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용 그물에 혼획됐다. 그 뒤 서귀포시 중문동 퍼시픽리솜에서 공연하며 17년을 수족관에서 살았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2022년 8월4일 비봉이를 야생적응장으로 옮겨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해양보호생물 지정 당시 국내 수족관에 총 8마리가 있었으나, 2013년 제돌이·춘삼이·삼팔이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7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비봉이는 마지막으로 수족관에 남은 남방큰돌고래가 됐다.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비봉이 해양방류협의체’에 참여한 제주대 김병엽 교수팀이 탄 ‘제돌이호’가 8월17일 가두리 안전점검을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를 나서고 있다. 오른편에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보인다. 류우종 기자

제돌이 등 방류에 성공한 돌고래들은 10년 이상 바다에 살다가 잡혀와 수족관에서는 4~6년가량 살다 방류됐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인 6~7살에 포획돼 19~20년 동안 수족관 생활을 하고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는 바다에 방류된 뒤 관찰되지 않고 있다.

비봉이도 어릴 적에 포획돼 수족관 생활을 오래 한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비봉이 해양방류협의체’ 기술위원을 맡고 있는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는 비봉이의 가두리 생활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비봉이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쫓고 사냥하는 등 야생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8월16일에는 가두리 수면 위로 2m가량 뛰어오르기도 했다고 전한다. 비봉이의 적응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추석을 전후해 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비봉이가 야생적응 훈련 중인 가두리 근처를 유영하고 있다. 물 밖으로 보이는 개체수가 이 정도면 물속까지 포함한 무리는 70~80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류우종 기자

남방큰돌고래들이 대정읍 연안을 따라 헤엄치고 있다. 류우종 기자

뭍과 가까운 연안에서 생활하는 습성을 지닌 남방큰돌고래는 비봉이가 훈련 중인 가두리 주변에 자주 출몰한다. 때론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가두리 주변에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바다로 돌아오는 비봉이를 품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서귀포=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귀포 대정읍을 찾은 관광객들이 남방큰돌고래의 유영을 지켜보며 탄성을 지르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뒤 제주 관광객의 상당수가 이곳을 찾는다.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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