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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놓고 싶지 않았던 ‘똘똘한’ 강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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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7-10 14:25 수정 : 2020-07-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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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사진

집이 난리다. 유력한 대권 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 의원은 7월9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7월3일, 이해찬 대표가 최근 급등하는 집값을 놓고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이 사과를 쏘아올린 건 노영민 비서실장이었다. 서울 반포와 충북 청주 두 곳의 아파트를 보유한 그는 반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했다가 1시간도 되지 않아 반포가 아닌 청주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된 ‘번복영민’은 부동산에 저당 잡힌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1957년생으로 베이비붐 세대다. 청주 태생인 그는 스무 살에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환경운동에 몸담은 뒤 국회의원이 됐다. 3선 국회의원 뒤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40평대 청주 아파트를 팔고 13평 남짓 반포 아파트를 남긴 그의 선택은 집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것,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를 세 번이나 뽑아준 청주 시민들에게 그는 수없이 청주 발전을 외쳤겠지만 그가 절대 놓고 싶지 않았던 건 ‘똘똘한 한 채’인 ‘서울 강남 아파트’였다. 지역균형발전은 단숨에 폐기할 수 있는 것이며, 사랑하는 청주 시민은 4년의 국회의원 임기처럼 한시적인 것이었다.

그는 2004년 국회에 입성했고 2006년, 부동산 열기가 한창 뜨거워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7억원을 넘어서던 해에 2억8천원짜리 반포 아파트를 샀다. 이번에 매도하면 1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연간 7천만원씩 수익을 낸 셈이다.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고 나서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다. 그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부동산으로 삼은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선택이 단순 해프닝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자체가 정책의 시그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그널로 시민들은 정책을 익히고, 행동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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