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국내산 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과연 맛과 가격 대비 만족도도 ‘프리미엄’급일까? 정용일 기자
‘건강’한 김밥, ‘요리’가 된 김밥
이범준(이하 이): 작은 사치다. 요즘은 외식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 분야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유기농이나 원산지가 확실한 식재료를 먹으려는 자세가 돼 있다. 프리미엄 김밥은 김밥군에서는 비싸지만 전체 식품군에서는 비싸지 않은 틈새를 잘 노렸다. 그 안에서도 두 갈래 흐름이 보인다. 바르다김선생처럼 건강을 내세우거나, 고봉민김밥인처럼 돈가스 등 안 쓰던 재료를 써서 김밥을 요리처럼 격상시키려는 흐름. 강지영(이하 강): 사실 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식문화라는 게 나라의 경제·문화 수준과 어울려 천천히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핫한 것만 찾아다닌다. ‘미드’(미국 드라마)니, 각종 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다. 대도시 문화의 영향도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간담회를 하면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고급스런 카페가 많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일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촉박한 거다. 빨리 먹되 좋은 걸 먹고 싶으니까, 5천원짜리 길거리 샌드위치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면 1만5천원이 된다. 이: 가정식 백반도 그런 흐름이 나타난다. 저염식 건강밥상을 지향하는 ‘일호식’ ‘무명식당’ ‘파르크’ 등에서는 1만원이 넘는 백반을 파는데도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삼시세끼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건강식을 찾는다. 강: 어차피 9천원짜리 설렁탕 먹느니, 2천~3천원 더 내고 유기농에 건강한 밥상을 먹으려는 것 아니겠나. 지금 우리나라 식문화가 정점에 올라 있는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외식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도 늘어났고. 이: 프리미엄 김밥만 해도 대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시장일 거다. CJ 근무할 때 비빔밥보다 김밥이 들고 다니면서 먹는 패스트푸드라 글로벌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었다. 실제 최근 뜨고 있는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은 직간접적으로 음식계의 ‘큰손’과 연관돼 있다. 바르다김선생은 ‘죠스떡볶이’로 유명한 죠스푸드의 2번째 외식 브랜드다. 2013년 1호점 개장 이후 현재 80여 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고봉민김밥인은 부산에서 유명한 김밥집을 운영하던 고봉민 사장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뒤 부산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면서 가맹점 5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밖에 단풍애김밥, 가마솥김밥 등도 프랜차이즈 전문기업들이 띄운 브랜드다. 그렇다면 이날 비교해본 11종류의 김밥 맛은 어땠을까? 리김밥, 바르다김선생, 로봇김밥, 고봉민김밥인의 차례로 김밥을 모두 먹어본 다음 별점(표 참조)을 매겼다. 4개 브랜드의 김밥 포장 방식도 달랐다. 바르다김선생은 네모반듯한 종이상자 안에 넣었고, 리김밥은 일회용 종이상자로 아래를 받치고 위는 투명한 비닐랩으로 감쌌다. 로봇김밥과 고봉민김밥인은 자체 제작한 종이 포일로 말아줬다.
김밥의 주객전도 그리고 과유불급
강: 프리미엄 김밥이라면 포장에서 느껴지는 겉모습도 중요하다. 리김밥의 비닐랩은 뚜껑이 없으니까 김밥이 흐트러지고 안 좋다. 차라리 종이 포일이 낫다.
이: (리김밥의 매콤견과류김밥을 한입 베어문 다음) 너무 사이즈가 커서 먹기 불편하다.
최고 점수의 영예는? 고봉민 야채김밥
두 사람 다 고봉민김밥인의 야채김밥에 최고 점수를 줬다. “단무지가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달걀지단도 보슬보슬하게 잘 부쳐져 있다.”(강지영) “단무지 맛이 탁월하게 좋다. 고봉민이라는 개인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보통 내공이 아니라는 뜻이다.”(이범준) 2500원으로 비교적 싼값도 점수를 높인 요인이었다. 바르다김선생의 매운제육쌈김밥은 높은 평가(별점 5점 만점에 강: 4점, 이: 4.5점)를 받은 반면, 크림치즈김밥은 그다지 좋은 평가(강: 2점, 이: 2.5점)를 받지 못했다. 리김밥은 매콤견과류김밥이 그래도 괜찮은 맛(3점)이라고 평가됐지만 가격은 비싼 편이라고 지적됐다. 리김밥의 고다+에담치즈 김밥(5500원)에 대해서는 “차라리 그 값이면 햄버거를 먹겠다”(강지영), 로봇김밥의 로봇갈비김밥에 대해서는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별로다”(이범준)라는 혹평이 나왔다.
“프리미엄 김밥이라고 해서 속 재료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먹기 편하게 김밥답게 잘 싸는 기본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당장 시류에 편승해 값만 높여서는 오래 못 간다.”(이범준) 조만간 김밥시장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정말 맛있거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몇 곳을 빼면, ‘프리미엄’을 어설프게 내세운 후발주자는 본전도 못 건지고 망할 가능성이 높다. 한창 유행했던 찜닭 프랜차이즈들처럼.”(강지영)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