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처럼 얼큰한 스파게티
등록 : 2000-11-07 00:00 수정 :
‘파스타 비스트로’는 허브 전문업체인 (주)한그린 원예백화점이 직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양재역 네거리에서 성남쪽으로 300m쯤 내려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가로수 사이로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은 마치 꽃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갖가지 화분들로 장식됐고, 입구에는 수십종의 허브와 이들을 가꾸는 데 필요한 용품들을 진열해놓고 판매도 한다.
2∼3층으로 이어지는 130석 규모의 식당도 이름은 ‘작은 파스타집’(Pasta Bistro)이라는 의미지만, 파란 원예식물들과 허브로 장식된 보기드문 규모의 그린 파스타점이다. 음식에도 직접 키워낸 허브를 얹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좀더 적극적인 조리법으로 높은 수준의 퓨전요리를 내놓고 있다.
음식맛은 역시 주방장의 탁월한 솜씨와 세련된 감각에서 비롯된다. 2000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퓨전부문 금상을 수상했다는 조리부장 조우현(38)씨는 올해 경력 15년째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경력을 스위스그랜드호텔 일까발리아와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쌓은 파스타 전문가다.
조씨는 맛이 무척 강하고 적극적인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그대로 내놓았을 때, 웬만큼 요리에 익숙하지 않고는 대부분 망설이거나 거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한 맛을 다소 희석시키거나 우리 입맛에 맞도록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퓨전요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어설픈 맛속임이나 단순한 꾸밈이 아니고, 적극적인 표현과 맛의 증폭 효과가 있어야 퓨전이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2∼3가지 이상의 기본 음식은 확실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는 재료선택, 조리방법, 소스와 양념의 사용, 그릇과 테이블장식 등 섬세한 부분까지도 강약의 비율을 조율해가며 좀더 새로운 맛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그런 노력들이 고객들의 만족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퓨전요리는 다른 음식에 비해 손이 많이가고 몇 갑절의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메뉴에 올려 있는 것 중 스파게티면을 중국식으로 조리해 쫄깃한 질감을 더욱 향상시킨 ‘샹하이 파스타’, 명태알과 김치를 가미한 ‘김치스파게티’, 쇠고기와 치즈, 버섯 등을 얹어 오븐에 구워낸 ‘치킨 오이스터 스파게티’, 짬뽕처럼 국물이 넉넉한 ‘페쎄’ 등 6∼7가지가 대표적인 퓨전요리이다.
중국식으로 삶아낸 면발은 오돌오돌하지만 설익은 느낌이 전혀 없고 한층 더 담백하고 쫄깃해 이탈리아안들도 감탄할 정도고, 국물이 넉넉하게 잡혀 있는 짬뽕 같은 스파게티는 서양식의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고 마치 해장국맛처럼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확실한 대조를 이루어 젊은 직장인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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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방장/ 명란김치스파게티
국수에 아작아작 씹히는 명란알
준비물 스파게티면 또는 생면, 명란젓, 익은 김치, 감자, 버섯, 피망, 홍고추, 생크림, 소금과 후추, 굴소스, 올리브유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는 퓨전스파게티는 파스타 비스트로(02-3461-4141)에서도 비슷한 맛을 확인할 수 있다. 겨울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와 명란이 맛의 주역을 맡고 있다. 이름도 ‘명란김치스파게티’쯤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스파게티국수를 반숙 정도로 삶아내 물기를 뺀 뒤, 올리브유로 프라이팬에 튀기듯이 한 차례 볶는다. 그러면 면발이 한결 더 딱딱해진다. 이것을 조리에 담아 일본우동 국물에 헹궈내듯 팔팔 끓는 물에 몇 차례 헹궈준다. 이 과정에서 기름은 빠져나가고 국숫발은 먹기 알맞은 정도로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오돌오돌할 정도로 쫄깃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배어나 그냥 먹어도 좋은 국숫발이 된다.
다음은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알맞게 두르고 감자, 김치, 버섯, 피망, 홍고추, 명란 등을 한데 넣고 볶으면서 알맞게 익었다 싶을 때, 생크림을 약간 넣고 굴소스와 소금, 후추로 마무리간을 해준다. 마지막 단계로 준비해놓은 국수사리를 함께 넣고 소스가 골고루 배도록 한번 더 볶아 그릇에 옮겨 담는다.
다소 걸쭉해 보이지만 오돌오돌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국수사리와 아작아작 씹히면서 향긋한 명란알, 매콤새콤한 김치맛 등이 어우러져 그런 대로 별미다. 국물이 따로 필요없고 피클이나 물김치 정도만 곁들여도 좋다.
주의할 점은 면을 헹궈낼 때 취향에 따라 쫄깃한 정도를 조율해주고, 생크림을 넣은 뒤 너무 오래 놓아두면 크림이 완전히 분해되어 제맛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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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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