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에 동양적인 향미를
등록 : 2000-10-31 00:00 수정 :
단풍으로 곱게 물들고 있는 예술의 전당은 지금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휘가로그릴에서 바라보는 우면산 관목숲과 가을빛에 흠뻑 젖은 예술의 전당 광장은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계절감 가득한 한폭 수채화다.
‘휘가로그릴’(02-2230-3030)은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자리잡은 퓨전레스토랑이다. 프렌치스타일에 동양적인 맛이 계절에 맞춰 조화를 이뤄낸다. 특히 신라호텔이 직영하는 정상급의 퓨전레스토랑이라는 데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떡시루에 갓을 올려놓은 듯한 건물의 외관과 오페라하우스란 서양적인 이름 또한 이같은 뉘앙스를 더해주며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절묘한 어울림이다. 이런 느낌은 “휘가로그릴이야말로 형(形)·색(色)·음(音)·미(味)가 고루 갖춰진 선택된 퓨전공간”이라고 자랑하는 총지배인 함형택(42)씨의 말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이곳 음식은 풍부한 경험과 확실한 퓨전개념으로 빚어낸 세련된 맛이 동서양의 고유한 미각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맛있다는 찬사를 이끌어낸다. 그 중에도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애그롤과 해물수프, 스파게티 미고랭, 청사과를 얹은 바닷가재샐러드 등이 그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에피타이저로 내는 ‘청사과를 얹은 바닷가재샐러드’는 빨갛게 삶은 바닷가재를 어슷비슷하게 썰어 그 사이사이에 청사과를 곁들였고, 방울토마토, 레드치코리, 상추, 케일, 당근 등으로 장식했다. 매우 심플한 모습이지만 향긋한 바닷가재와 상큼한 청사과가 묘한 맛으로 어우러지고 야채들도 입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어 절제된 맛과 멋스러움을 경험하게 한다. 이어지는 해물수프도 새우, 관자, 홍합, 한치 등 어패류를 주로 해 풋고추 등 동양적인 향미로 마무리했고, 메인으로 내는 스테이크류는 본격적인 프랑스 스타일로 맛과 꾸밈이 정상급의 수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객의 취향에 따라 소스를 선택해 메인과 디저트까지 퓨전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주방장 고순호(40)씨는 음식의 맛과 품격이 메뉴를 구성하는 재료의 코디네이션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퓨전의 개념은 재료의 선택과 구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바닷가재요리지만, 기본 조리법은 프렌치방식이면서 고객의 국적이나 취향을 감안해 겨자소스를 가미하거나 동양적인 장식을 얹어놓으면 뜻밖에 좋은 호응을 얻어내곤 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노출시켜 상업화했을 뿐, 퓨전요리는 어느 나라에든 이미 존재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경우, 너무 급격스런 확산으로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음식문화를 좀더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퓨전의 세계를 바로 인식하려는 마음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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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방장/ 멕시칸 파이지
치즈와 풋고추가 손을 잡다
준비물 멕시칸스타일의 파이지(식품가게에서 구입) 또는 밀가루 양파, 토마토 또는 토마토퓨레, 피망, 풋고추 또는 홍고추, 모차렐라치즈 또는 아메리칸치즈, 닭살 약간, 타바스코소스, 크림
준비된 가루를 칼국수나 수제비 반죽 정도로 알맞게 반죽한다. 생밀가루일 경우 이스트를 약간 넣어 20∼30분 발효를 시키면 더욱 좋다. 지름 15∼20cm 정도로 얇게 밀어 뚜껑있는 프라이팬이나 전골냄비에 뚜껑을 덮은 상태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되도록이면 약한 불로 10∼15분 정도 천천히 구워야 타지 않으면서 파삭파삭한 맛이 더 난다.
구워진 파이지를 놓고 준비된 속을 너무 두텁지 않게 얹은 뒤 위에 다시 파이지를 한장 덮어 전자오븐이나 가스레인지에 넣어 치즈가 녹을 정도로 한번 더 구워낸다. 속에 넣는 재료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양파와 모든 야채류는 사각으로 잘게 썰어 다른 재료들과 함께 고루 섞는다. 이때 생토마토는 껍질과 속을 제거해야 한다. 또 닭고기는 미리 프라이팬에 볶아놓는다. 익혀낸 파이지는 네 조각으로 나누어 접시에 담고 위에 장식을 얹어 어린이 간식이나 술안주로 삼으면 세련미가 넘쳐난다. 크림을 얹으면 달콤하고 향긋한 맛이 있어 좋고, 타바스코소스나 풋고추를 얹으면 매콤새콤한 맛이 맥주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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