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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더덕으로 초밥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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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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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둘스(02-3444-3402)는 서울 압구정동에서 고객층이 가장 두터운 퓨전일식집 중 하나다. 성수대교에서 도산로로 오르는 중간쯤에서 오른쪽 골목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간 곳에 있다. 정식류를 런치스페셜 몇 가지와 6가지의 디너메뉴로 엮어내는데, 샐러드와 초밥을 기본으로 하고 주메뉴를 우동과 데리야키, 메로바비큐, 바다가재요리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LA지역에서 30년 가깝게 거주하며 퓨전일식당들의 화려한 메뉴구성을 관심깊게 지켜보았다는 주인 장영옥(60)씨의 구상이다. 요리 모두 작품에 가깝도록 예쁜 모습과 농익은 맛을 자랑한다.

낮시간과 오후시간은 주부들의 음식모임을 비롯해 연령층이 다소 높은 편이고 저녁시간은 20∼30대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모든 음식은 색깔이 다채롭고 상큼하게 꾸며진 샐러드와 길쭉한 스시판에 담아내는 색다른 맛의 초밥으로 시작한다.

계절에 따라 다른 허브들이 첨가된다는 샐러드는 발사미코소스에 치즈가루, 땅콩가루와 소바튀김 등으로 향을 돋우었고, 빨간 석류알맹이와 잣, 호도 등 천연재료로 맛과 색상을 가꾸어 화려한 모습을 선보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초밥도 생선은 훈제연어와 홍어무침이 전부고, 더덕과 조갯살, 랍스타속살무침, 명란 등 전혀 상상 밖의 소재들을 얹어 색다른 초밥맛으로 손님들을 이끌어간다. 특히 30년 경력의 우동전문 조리사가 뽑아내는 우동국물은 누구나 첫입에 반할 정도이고, 따라내는 찬도 샐러리줄기와 연근 등을 직접 초장에 절여낸 것이어서 여간 상큼하고 깔끔하지 않다.

특히 음식을 맛깔스럽게 꾸며내는 남다른 솜씨의 주인공은 조리과장 이종하(33)씨이다. 일식경력 5년차에 불과하지만 우동맛을 폭넓게 익혀 주메뉴로 내는 3가지 우동과 소바의 맛, 그리고 음식모양내기로 아직 고객들의 불평을 사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들이 보여주는 계절의 맛을 잘 살려내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제철 야채, 실과, 해물, 향신료 등을 구하러 늘 장을 보아야 한다. 샐러드에 빨간 석류알과 견과류들을 넣어 자연스럽게 입맛을 돋우는 것도 이런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정원수가 가득한 저택을 모양새 있게 꾸며 전혀 도심같지 않고 마냥 앉아 있어도 싫지 않다. 점심스페셜 1만5천∼3만원, 저녁메뉴 1만6천∼6만원.


나도 주방장/ 소바

메밀국수, 풀어먹는 건강식품

메밀은 한국이나 일본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기호식품이다. 특히 일본인들은 장수하는 비결 중 하나로 메밀음식인 소바(메밀국수)를 꼽는다. 메밀은 잡곡 중 향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약리작용도 어느 잡곡보다 앞선다. 또 전분이나 단백질, 회분을 비롯한 무기질이 넉넉하고 비타민 B1과 B2,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그리고 섬유질을 알맞게 포함해 변비예방에도 그만인 다이어트 건강식이다. 그래서 이와 흡사한 우리의 막국수도 1주에 2차례씩만 먹으면 변비와 혈관계 질병에 의한 돌연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소바는 몇 가지 재료만 준비하면 막국수보다 만들기 쉽다.

소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물(다시)이다. 식품점에 가면 말린 다랑어포(가스오브시)를 500g 1봉지에 5천∼6천원이면 구할 수 있고, 이 1봉지면 30∼50그릇분의 국물을 낼 수 있다.

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다랑어포를 알맞게 넣고 1∼2분이 경과하면 불을 끈다. 끓던 물이 서서히 식으면서 국물이 알맞게 우러났다 싶으면 건더기를 건져내고 진간장으로 간을 하고 설탕을 약간 넣어 맛을 돋운다. 그리고 육수냄비를 찬물에 들여놓아 알맞게 식혀 냉장고에 넣어 완전히 차게 식힌다.

나머지 준비물로 무는 맛있는 고랭지 무를 강판에 갈아 조리에 담아 즙이 알맞게 빠진 뒤 그릇에 따로 담아놓고, 와사비(매운냉이)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알맞게 반죽해놓으면 된다. 또 실파는 알맞은 양을 송송 썰어놓고 깨가루도 준비해 얹으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국수는 역시 메밀국수로 생면이 더욱 좋다. 소바용 국수가 아닌 냉면 사리나 막국수용 사리도 괜찮다. 다만 삶아낸 뒤 찬물에 2∼3차례 씻어내 차고 오돌오돌하게 만들어 알맞은 크기로 사리를 엮어 물이 잘 빠지는 그릇에 담아놓는다. 소바 그릇도 굳이 둥근 공기형태가 아니라 길쭉한 접시에 담아 국물을 붓고 한 사리씩 차례로 풀어 먹도록 하면 더욱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리스트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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