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으로 익힌 광둥요리
등록 : 2000-09-27 00:00 수정 :
‘마리’는 서울 청담동 퓨전거리의 감각을 잘 살려내고 있는 정통중국음식점이지만, 고객의 취향을 좇아 몇 가지 새로운 맛을 펼쳐보인 것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퓨전중국음식점으로 더 알려져 있다. 주인이나 주방장은 정통요리를 고집하지만 고객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퓨전집이라 부른다.
항상 조심스런 마음으로 고객에게 내놓는다는 퓨전요리는 마리의 전체 요리에서 불과 20%에 해당하지만, 퓨전중식당으로 첫손 꼽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음식맛의 주인공은 역시 주방장 김대원(35)씨다. 그의 타고난 탐구력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을 찾아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중국요리 경력 15년을 맞고 있는 김씨는 흔히 퓨전요리를 국적없는 요리로 평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해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어느 음식이든 기본요리를 확실하게 터득하고 나면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약간의 다른 맛을 가미해 좀더 맛있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식자재 시장이 개방된 사회에서 정통요리는 재료사용에서부터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미 전세계가 퓨전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는 게 김씨의 진단이다. 김씨는 한식인 쌈밥에 서양에서 들여온 청정채(허브)를 다양하게 곁들이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훌륭한 퓨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마리의 퓨전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중국요리에 서양적인 기법이나 맛을 가미해 맛과 모양을 가꾸어낸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로 ‘아스파라가스게살생크림’을 꼽는데, 바탕이 되는 게살요리는 계란 흰자위에 게살과 설탕을 넣고 우유로 볶아낸 광둥식 귀족요리다. 이 조리법을 기초로 게살과 계란 흰자위를 함께 후라이팬에 볶다가 우유 대신 생크림으로 서서히 무르익혀 지방과 수분을 알맞게 잦아들게 한 뒤 아스파라가스나 허브로 장식해낸 것이다. 눈맛부터 부드럽고 처음부터 끝까지 입 안에 녹는 촉감이 황홀한 경지를 이룬다. 와인이라도 곁들이면 가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새우를 주재로 한 ‘부귀새우’도 껍질을 벗긴 중새우에 전분을 입혀 튀긴 뒤, 마요네즈에 레몬과 생크림, 설탕을 알맞게 가미해 튀김 위에 얹은 비교적 손쉬운 요리다. 상큼한 마요네즈맛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입에 감돌면서 새우맛을 한껏 살려내 감미로운 여운이 입 안 가득 남는다. 굳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겉모습은 소박한 레스토랑카페를 연상시키지만 30석 규모의 작고 아늑한 중식당이다. 점심에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잠시 기다리면 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저녁시간과 주말은 예약을 하고 가야 불편이 없다. 아스파라가스게살생크림 4만원(3인분), 부귀새우 3만원(3인분).
두절새우부추탕면
‘감기약’을 요리해 보자
<준비물> 머리를 자른 길이 3∼4cm 정도의 마른새우 한줌. 중국부추 3분의 1단(가능하면 대가 굵고 긴 것이 좋다). 국수사리(생면 2인분).
먼저 머리와 꼬리를 다듬어낸 마른새우 한줌과 대가 굵고 줄기가 긴 부추를 알맞은 길이로 썰어 함께 섞어, 프라이팬에(식용유 1 T스푼 정도) 살짝 볶는다. 이때 줄기가 완전히 무르도록 익히면 안 된다.
다음은 볶아낸 부추와 새우를 냄비에 안치고 2인분 국수국물로 알맞은 양의 생수를 붓고 화끈하게 끓인다. 간은 약간의 소금간만 하면 된다. 국수국물을 만드는 동안 생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아놓았다가 국물이 완성되면 국수가 담긴 그릇에 나누어 붓는다. 따끈할 때 더 제맛이 난다.
육수를 따로 뽑을 필요가 없고, 생수에 소금간만 한 것이어서 맛이 매우 담백하다. 새우와 부추에서 우러난 국물도 시원하기 이를 데 없고 살짝 볶아 아삭아삭 씹히는 부추가 신선한 맛을 돋우면서 새우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어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찬도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김치나 멸치볶음 등 한두 가지면 족하다. 그래서 늦은 저녁시간 약간의 취기가 있는 남편과 해장을 겸한 저녁식사로 함께 나누기에는 그만이다.
남은 새우와 부추는 신문지에 말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언제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조리법이 간편하면서도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뛰어나 어린이나 어른 누구에게든 입에 맞는다. 날씨가 선선한 주말에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어도 별미고 감기나 몸살기운이 있을 때 해먹으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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