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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뉴스큐레이터] K-좀비물의 진화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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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2-02-06 15:44 수정 : 2022-02-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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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합니다.

‘K-좀비’가 또 한 번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2022년 1월28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브라질, 덴마크, 이집트, 핀란드, 말레이시아, 타이, 대만, 멕시코 등 54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국내에 좀비물이 거의 없던 2009년 주동근 작가가 내놓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당시 신선한 소재, 긴박한 스토리, 사실적 묘사로 ‘한국형 좀비 그래픽노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2부작 시리즈의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극본은 드라마 <추노>, 영화 <해적> 시리즈를 쓴 천성일 작가가 맡았다. 박지후, 윤찬영 등 출연 배우 대부분은 신인이다.

K-좀비물은 <부산행> <킹덤> <#살아있다> 등을 거치며 진화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맥을 이으며 학원물이라는 차별점을 뒀다. 10대가 겪는 좌절과 불안,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담아내면서도 학교폭력과 성범죄, 계층, 기성세대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놓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나 코로나19에 대한 은유도 담겼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도 잘 활용했다. 등장인물들은 총 대신 대걸레 등 학교 물건을 활용해 좀비에 맞선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여성을 그리는 시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 노릇을 하는 것은 모두 남학생인 반면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모두 여학생이다. 한 여학생에게 집단 괴롭힘을 가하고 불법촬영을 하는 장면에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남학생이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피해자를 좋아해서다. 좋아하지 않고도 문제의식을 가진 남학생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세계적 흥행을 그저 기뻐해야만 하는 일일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작품에 빠져드는 건 현실이 더 재난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신지민 추천을 좋아하는 오지라퍼 godjimin@hani.co.kr

관심분야: 문화, 사회,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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