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그룹 퀸의 첫 단독 내한공연에서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되살린 뮤지션들 부녀의 듀엣 버전은 녹음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아버지가 부른 노래에다 딸의 노래를 입혀 듀엣처럼 들리게 만들었다. 내털리 콜의 이 앨범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래미 시상식 축하무대에서 그는 특별한 공연을 선사했다. 아버지와의 듀엣을 무대에서 구현한 것이다. 냇 킹 콜은 무대 뒤 스크린 속에서, 내털리 콜은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부녀의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내털리 콜의 시도 이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다. 프레디 머큐리가 등장한 퀸의 무대도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91년 내털리 콜의 이 앨범이 발표됐다는 사실이 공교롭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무대가 연출된 적이 있다. 2018년 8월22일 서울 상암동 K라이브 공연장에서다. <지난날> 전주가 흐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앞에 유재하가 등장했다. 1987년 8월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낸 지 석 달도 채 안 된 11월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강변북로 인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그다. 유재하 곁에는 보컬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셋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유재하가 부르는 노래에 코러스를 넣으며 뒤를 받쳤다. 스윗소로우는 유재하 사후 생겨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합동무대가 가능했던 건 홀로그램 기술 덕분이었다. 빅뱅, 싸이 등 홀로그램 공연을 선보인 바 있는 케이티(KT)는 자회사 지니뮤직과 함께 유재하를 홀로그램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대 양옆으로 펼쳐진 스크린에서 특별한 영상이 나왔다. 거기선 김종진(기타)·송홍섭(베이스)·정원영(건반)이 <지난날>을 연주했다. 유재하가 솔로앨범을 내기 직전까지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이들이다. 유재하의 목소리와 이들의 연주는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잘 어우러졌다. 다만 무대 위 유재하는 젊었고, 스크린 속 세 남자는 중후했다. 유재하는 생전에 자신의 솔로 곡을 라이브로 공연한 적이 없었다.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 출연도 딱 한 차례 했을 뿐이다. 그는 사후 30여 년 만에 홀로그램으로 부활해 동료·후배 음악가들과 함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선 합동무대를 선보였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든 기술 자체보다, 이런 무대를 상상하고 끝내 이뤄냈다는 점이 더욱 감격스러웠다. 실제가 아니라도 괜찮아 퀸 내한공연 앙코르 무대 때였다. 스크린에 프레디 머큐리가 다시 등장했다. 그가 “에~오” 하고 노래하자 관객이 기다렸다는 듯이 “에∼오” 하고 화답했다. 머큐리와 관객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라이브에이드 공연 장면처럼 한참 동안 애드리브 노래를 주고받았다. 나도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며 동참했다. 홀로그램 같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머큐리와 함께 숨 쉬고 노래하는 것 같았다. 실제가 아닌 걸 알면서도 실제라 믿고 싶어 하는 염원이 빚어낸 감동이었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