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축제 ‘종로콜링’에서 한경록이 노래하고 있다. 캡틴락컴퍼니 제공
“케이팝 말고도 있어요” “인디신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페스티벌에선 안 불러주는 뮤지션이 많거든요. 제가 속한 에고펑션에러도 지난해 부산록페스티벌에 나갔는데, 2년 연속은 안 불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 작게나마 페스티벌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더 주목받아야 마땅한 아티스트들에게 제안했더니 적은 출연료에도 기꺼이 동참해줬어요.” 김민정은 축제를 위해 재작년 MTV 아시아 주최 경연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 중 음반 제작에 쓰고 남은 돈을 털어넣었다. 또 서울문화재단의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지원사업 ‘서울라이브’ 지원금도 따냈다. 홍보물을 만들어 홍익대 인근 문화공간 40여 곳, 게스트하우스 180여 곳 등 260여 곳에 돌렸다. 김민정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에 케이팝만 있는 게 아니라 다채로운 인디 문화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이날 채널1969에는 홍보물을 보고 온 듯한 외국인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출연 가수가 누군지 모르고 온 관객도 많은 듯했다. 요즘 인디신에서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이 “얼마 전 첫 음반 《김일성이 죽던 해》를 발매했다”고 하니 처음 듣는 특이한 음반 제목에 관객의 웃음보가 터졌다. 공연을 보고 좋았는지 음반을 사서 사인 받는 관객도 있었다. 나도 이날 드레인이라는 가수의 공연을 처음 보고 반했다. 집에 오는 길, 드레인의 노래를 찾아 들으며 좋아하는 가수 목록에 추가했다. 김민정은 “다들 ‘내년에 또 하면 좋겠어’ 하는데, 사실 너무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다음에 또 하면 함께하는 친구들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선배이면서도 헤드라이너가 아니라 오후 2시 오프닝 무대를 자처한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축제를 기획하고 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종로콜링이라는 축제를 기획·주최해본 터라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았을 것이다. 한경록은 지난해부터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종로콜링을 열어오고 있다. 동료, 지인들과 놀던 생일잔치에서 이제는 ‘홍대 3대 명절’로 격상된 ‘경록절’ 파티를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로 확장한 것이다. 종로콜링은 공연뿐 아니라 음악가들의 플리마켓(벼룩시장)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록이 죽었네, 인디가 죽었네 하는 말들이 나오고 비슷비슷한 록페스티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재밌는 축제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경록은 말했다. 7월14일 열린 두 번째 종로콜링은 지난해보다 더 북적였다. 록·포크·팝·힙합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인들이 어울려 공연했고, 관객은 수제맥주와 고량주 칵테일을 공짜로 즐겼다. 플리마켓도 인기였다. 호란은 직접 만든 장신구를 팔았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까르푸황은 인생상담 부스를 열었다. 로맨틱펀치의 콘치는 삼겹살을 구워 팔았고, 갤럭시익스프레스의 이주현은 즉석에서 그림엽서를 그렸다. 음악가 이이언과 음악 전문 기자 임희윤은 ‘나를 망친 음악들’이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했다. 장신구 판매, 인생상담 부스, 삼겹살 판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나무가 우거진 뒤뜰에서 펼쳐진 이치현의 무대였다. 1980년대 히트곡 <집시여인> <당신만이> 등에 20~30대 관객이 뜨겁게 환호했다.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종로콜링에는 세대의 벽을 허무는 무대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최백호가 출연했다. 공연을 마친 이치현과 무대 뒤에서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종로콜링 덕에 소중한 인연 하나를 또 얻었다. 진짜 즐거운 음악축제는 따로 있었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