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첫 합동공연을 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 하이람 피스키텔 제공
벨기에 인구 1100만 명, 여름 축제 200개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요즘 10대와 20대들이 록음악을 잘 안 듣는다는 게 주요한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내가 10대였던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는 록과 헤비메탈의 시대였다. 90년대 중반 너바나가 출현하고 영국 브릿팝이 뜨면서 밴드의 시대는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리듬앤드블루스(R&B), 솔, 힙합 등 흑인음악과 전자음으로 이뤄진 일렉트로닉음악이 대세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요즘 10대들은 내가 과거 헤비메탈에 빠졌던 것처럼 힙합에 심취한다. 20대는 일렉트로닉을 탐닉한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 대약진의 영향으로 균형추가 아이돌 음악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이제 디스토션(소리가 변형되는 것)을 걸어 지글거리는 일렉트릭기타 사운드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음원 차트에 들어가기 힘든 시대가 됐다. 대학 축제나 각종 행사에서도 장비도 많고 준비도 번거로운 밴드를 부르는 대신, 노트북이나 유에스비(USB) 하나면 반주가 해결되는 아이돌 그룹이나 힙합 래퍼를 선호하는 추세다. 얼마 전 벨기에 싱어송라이터 시오엔을 인터뷰했다. 그는 과거 합동공연도 하며 가깝게 지내던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경제적 이유로 밴드들이 해체하는 건 슬픈 현실이다. 곡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는 대단히 중요하다.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흥미롭지만, 인디 뮤지션 중에서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 벨기에는 인구가 110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여름에만 음악축제가 200개나 열린다. 인디밴드들이 활동하는 토양이 된다. 음악에서는 돈보다 경험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나는 허클베리핀의 음악을 좋아한다. 1998년 데뷔한 허클베리핀은 1집 이후 남상아가 탈퇴한 뒤 새로운 보컬 이소영을 영입하고 꾸준히 멋진 음악을 들려줬다. 하지만 2011년 5집 《까만 타이거》 발표 이후 오랫동안 허클베리핀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리더 이기용은 2012년 마음의 병을 얻었다. 음악을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음악을 계속 하려고 음악바 ‘샤’를 운영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탓에 끝내 문을 닫았다. 혼자 제주도에 내려간 이기용은 몇 년을 숨어 지냈다. 음악을 할 수 없어 생긴 병을 제주의 너른 하늘과 바다가 치유해줬다. 결국 다시 찾게 된 건 음악이다. 드넓고 아름다운 자연의 공간감을 담아낸 음반 《오로라 피플》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무려 7년 만의 새 음반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나온 음반 중 가장 감동적으로 들은 음반이다. 지난 3월 허클베리핀의 새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 갔다. 음반으로만 듣던 곡을 직접 듣는 순간은 더 큰 감동이었다. 공연장의 높은 천장에 신비로운 오로라가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에도 오로라가 피었다. 커피 두 잔 값으로 밴드 응원 공연이 끝나고 팬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뒤풀이 자리에 갔다. 상당수는 ‘허클베리핀 팬 유니온’ 회원이었다. 이들은 매달 1만원 이상 후원금을 낸다. 대가로 사인 시디(CD)를 받거나 공연 티켓을 ‘1+1’로 살 수 있는 등 혜택이 주어지지만, 그 때문에 회원에 드는 이는 없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커 보였다. 나도 회원가입서를 받아 빈칸을 채웠다. 매달 1만원씩 후원하기로 약정했다. 허클베리핀이 경제적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음악을 해준다면, 한 달에 커피 두 잔 값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다. 고군분투하는 모든 밴드를 응원한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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