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노래’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제공
쉽지 않은 일을 격려하는 자리 지난 2월26일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상의 가장 큰 특징은 수상자를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웬만하면 다 참석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수상자를 축하해주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제는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양희은은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시상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 축제처럼 즐기는 자리잖아요.” 이날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애리의 수상 소감에서 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존재 이유를 곱씹었다.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놀란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애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음악을 시작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고, 처음 공연 다니고 앨범 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많은 일을 겪었어요. 힘든 일도 있었고, 고마운 일도 있었고, 다들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다들 쉽지 않구나, 너무 답답했는데 힘을 얻고 갑니다. 이 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힘을 받았을 거예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다른 음악가들 마음이 느껴졌어요. 후보에 오르지 않은 다른 음악가들도 수고 많으셨고요. 나의 가치나 꿈이 평가절하되거나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계속 함께 서로 용기를 주면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 얘기를 들은 음악가들 모두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날 시상식에선 방탄소년단이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노래 등 3관왕에 올랐다. 애초 다른 시상식 일정으로 참석이 힘들다 했던 방탄소년단은 앞선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해 트로피를 직접 받았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올해의 음악인’ 트로피를 받은 뒤 “양희은 선생님께서 공로상을 받으셨다고 들었다. 제가 살아온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인 45년 동안 한 노래를 부르셨는데, 그 덕에 저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이 상이 가진 권위와 품격에 비해 저희가 지난해에 (시상식에) 불참해 너무 죄송하고 한이 컸는데, 올해는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슈가는 ‘올해의 노래’(<페이크 러브>) 트로피를 받고는 “제가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도대체 왜? 왜?’ 이런 반응이 많았다. 성별, 국적, 나이 구분 없이 그냥 음악을 하고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상의 의미가 어떤 건지 너무 잘 알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와 비주류, 장르 간 경계를 넘어 음악적 성취를 인정하고 축하해주는 이 상의 취지에 어울리는 수상 소감이었다. “함께 걱정해달라”는 장필순 마지막 순서로 올해의 음반 트로피를 받은 주인공은 장필순이었다. 그는 수상 소감 중 “콜트를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 소문나지 않은 힘든 일들이 많이 있다. 여러분들의 관심에서 시작되는 일들이 많다. 함께 걱정해달라”고 당부했다. 2007년 기타 생산업체 콜트·콜텍에서 해고된 뒤 지금까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얘기다. 이날 해고 노동자로 구성된 밴드 ‘콜밴’의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은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수상한 지 어느덧 7년이 흘렀습니다. 정리해고로 쫓겨나고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희생양이 돼 거리에 선 지 어언 13년째입니다. 이 자리에 오니 더욱 간절해지네요. 저희가 만든 기타가 다시 한번 여러분들에게 연주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음악이 음악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와 함께 흐르는 ‘숨결’임을 새삼 깨달았다. 올해 시상식에 가길 참 잘했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