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여성 음악인들의 위상 변화 김시스터즈가 꼭 59년 전 처음 공연했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월20일(현지시각)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먼저 여성 음악인들의 변화된 위상이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도 문화계 주류는 남성이 차지해왔다. 영화계를 대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음악계를 대표하는 그래미 시상식이 너무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날 빌보드 뮤직 어워즈의 분위기는 달랐다. 첫 무대의 막을 연 아리아나 그란데를 시작으로 두아 리파, 노르마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데미 로바토, 제니퍼 로페즈, 매런 모리스, 재닛 잭슨, 케샤, 켈리 클락슨, 카밀라 카베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여성 3인조 힙합 그룹 솔트 앤 페파까지, 15번의 축하 무대에 참여한 여성 가수는 14명이나 됐다. 이날 시상식은 여성 가수들에게 바치는 헌사나 마찬가지였다. 시상식 사회자는 켈리 클락슨이었다. ‘톱 여성 아티스트’상과 ‘톱 셀링 앨범’상을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금 여성 가수들로 꾸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여성 아티스트들, 또 새롭게 탄생할 신인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빌보드 아이콘 어워드’를 받은 재닛 잭슨은 “어떤 역경이 있어도 마침내 여성들이 더는 억압받지 않는 순간에 살고 있다. 조종받지 않고 이용되지 않는 여성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여성들과 함께하겠다. 그리고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남성들과도 함께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남성 중심주의가 공고했던 음악계에서 여성 음악인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며 연대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방탄소년단이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쟁쟁한 팝스타들을 제치고 시상식 맨 앞줄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는 이들을 시시때때로 비췄고, 이들은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끝에서 두 번째 축하 무대를 장식한 것도 방탄소년단이었다. 사회자 켈리 클락슨이 방탄소년단을 소개하자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다양한 피부색의 소녀 팬들이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국내 아이돌 그룹 공연장에서 볼 법한 광경이 세계적인 팝 음악 시상식에서 펼쳐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주류 음악시장으로 진입한 데는 케이팝의 장점에다 세계적 트렌드를 더한 음악의 완성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효율적 활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에 못지않게 주목하는 것은 전세계 소녀 팬들의 움직임이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힘과 문화는 전세계로 확장됐고, 이제는 주류 음악시장과 언론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팬들의 힘이 커질수록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대중문화의 적극적 소비 주체로서 여성의 힘을 세계적으로 증명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시대 김시스터즈가 나온다면? 다시 김시스터즈를 떠올려본다. 여성 아티스트의 위상과 여성 문화 소비자의 힘이 부쩍 커진 이 시대에 김시스터즈가 나온다면 어떻게 됐을까? 단지 신비로운 동양에서 와 호기심을 부르는 여인이 아니라, 열정과 능력과 매력을 갖춘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지만, 왠지 방탄소년단의 당당한 모습 위로 환하게 웃는 김시스터즈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서정민 <한겨레>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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