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인디밴드인 허클베리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가 7월15일 첫 합동공연을 했다. 그들은 여전했고,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하이람 피스키델 제공
이젠 허클베리핀의 보컬 이소영과 키보드를 연주하며 매니저 구실도 하는 정나리까지 제주도에 정착했다. 성산일출봉 근처에 터전을 잡은 이들은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샤스테이를 수시로 오간다. 이들의 합류로 샤스테이 지하에 공연장 ‘샤스페이스’를 만들고 정기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여름철엔 펜션 운영으로 한창 바쁘지만, 가을이 되면 새 음반 작업에 박차를 가해 내년 초엔 6집을 내놓으려 한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동안 수많은 멤버가 거쳐갔다. 오랫동안 밴드를 이끌어온 성기완을 비롯해 박현준, 김규형, 김상우, 휘루, 손경호, 최창우, 이호진 등이 한때 몸담았다 떠나갔다. 꽤 긴 세월 동력 잃고 활동을 중단한 때도 있었다. 그래도 3호선 버터플라이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올 초 무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음반 5집 <디바이디드 바이 제로>(Divided By Zero)는 이들의 여전한 존재감을 증명해냈다. 기존 색깔과 달라진 사운드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합동공연은 허클베리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다른 밴드와 다양한 합동공연 시리즈를 펼치기로 마음먹은 이기용은 ‘첫 파트너는 무조건 3호선 버터플라이여야 한다’고 진작부터 점찍어두었다. “상아랑 허클베리핀 1집 활동도 같이 했고, 데뷔 시기와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 두 밴드가 늘 함께 거론됐는데 이상하게도 같이 공연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무조건 함께하자고 결심했죠.” 합동공연은 크게 세 대목으로 진행됐다. 먼저 3호선 버터플라이가 1시간 동안 자신들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허클베리핀이 1시간 동안 공연했다. 두 밴드가 각자 자신만의 곡들을 들려주고 끝내긴 아쉬웠을 터다. 마지막 순서에서 두 밴드가 함께 무대에 섰다. 허클베리핀의 이기용(기타), 이소영(보컬), 성장규(기타)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보컬·기타), 김남윤(베이스), 서현정(드럼)이 애초 한 밴드였던 것처럼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한 몸이 된 두 밴드는 허클베리핀의 곡 <아이 노>(I Know), <시간은 푸른 섬으로>와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곡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티티카카>를 합주했다. 그러고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죽이다>는 죽였다 그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객석에선 “앙코르”를 외쳤고, 곧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연주한 곡은 <죽이다>. 남상아가 허클베리핀에 몸담은 시절 발표한 1집의 마지막 수록곡이었다. 남상아가 1998년 겨울 허클베리핀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던 무대의 마지막 곡이기도 했다. 바로 그 곡이 19년 만에 성사된 두 밴드의 합동공연 마지막을 장식했다. “더렵혀진 거리를/ 헤매이는 멋진 청년/ 주머니 속 송곳은/ 어딜 향해 있는 거야/ 자신 있게 말해봐/ 충분히 난 깨달았어/ 태양은 떠올라/ 우리의 지도를 그릴 것” 연주 도중 기타를 든 이기용이 남상아에게 다가갔다. 둘은 마주 보고 기타를 후려갈겼다. 이기용이 오른손을 뻗어 남상아의 기타를 치기도 했다. 이어 둘은 등을 맞대고 기타를 쳤다. 마치 오랜 세월 한 무대에 서온 듯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연출한 게 아니었어요. 그 곡을 연주하다 격렬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상아에게 다가갔어요. 그렇게 마주 서서 또 등을 맞대고 연주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너도 나도 지금까지 비주류 음악을 해오면서 참 애 많이 썼다. 따로 또 같이 잘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해보자’고요.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싶었어요.”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남상아가 이기용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 놀랐지만, 참 고마웠어.” 1998년 겨울의 <죽이다> 무대와 2017년 여름의 <죽이다> 무대를 모두 지켜본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말했다. “그때는 처절하고 어두운 느낌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즐거워하면서 연주하는 게 느껴졌어요. 세월이 많은 걸 바꿔놓았네요.”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전 <한겨레> 대중음악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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