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권지용>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빅뱅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은 USB를 구입한 사람들이 직접 시리얼 번호를 입력해 음악 등을 내려받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지니뮤직
무형 디지털 음반의 중간 어디쯤 1983년 소니와 필립스는 공동 개발한 CD(Compact Disk)를 내놓았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로 음악을 저장한 CD는 깔끔한 음질에 버튼 하나면 원하는 곡을 골라 들을 수 있는 편리함, 휴대성까지 갖춰 10년도 안 돼 음반 저장매체 시장을 장악했다. 사람들의 벽장을 차지하던 LP와 카세트테이프는 CD로 급속히 대체됐다. 영원할 것 같던 CD 전성시대는 역설적이게도 CD의 강점인 디지털 속성 때문에 무너졌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디지털로 변환한 음악을 굳이 물리적 매체에 담아 유통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MP3 파일을 온라인으로 주고받으면 그만이었다. 손쉽게 음악을 내려받는 시대에 굳이 비싼 돈 주고 CD를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대 변화를 받아들여 어떤 음악인은 CD 대신 USB에 음악을 담아 내놓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USB 음반은 CD, LP 같은 물리적 매체와 온라인을 타고 다니는 무형 디지털 음반의 중간 어디쯤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지드래곤이 발표한 앨범 <권지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 발매와 동시에 CD 대신 USB 음반으로도 발표했는데, 이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파일을 저장한 기존 USB 음반과 달리 <권지용> USB에는 음악파일이 없다. 대신 USB를 컴퓨터에 꽂고 연결된 사이트로 가서 기존 CD 케이스 모양의 USB 음반 케이스에 적힌 시리얼번호를 입력하면 음악과 사진, 가사, 뮤직비디오 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라벨을 인쇄한 빈 CD를 케이스 안에 넣어두고 이를 산 사람이 직접 음악을 저장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음반은 충분히 낼 수 있다. 에디슨의 축음기부터 LP, 카세트테이프, CD를 거쳐온 것처럼 이를 USB가 대신했을 뿐이다. 그리고 구입한 사람이 직접 내려받아 넣으라고 했을 뿐이다. 어차피 요즘은 음악을 물리적 매체에 저장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 <권지용>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음반을 산다는 건 소장 때문일 것이다. USB 음반을 사서 음악을 내려받은 뒤 곱게 모셔놓고, 실제 감상은 음원 사이트로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논란은 음반과 음원 판매 순위를 집계하는 ‘가온차트’ 쪽에서 <권지용>을 음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음악파일이 USB 안에 있으면 음반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권지용>에는 파일이 없으므로 음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형식논리만 보면 그럴듯하다. 이걸 음반으로 인정하면 음악을 내려받는 인터넷 링크를 적은 종이쪽지도 음반으로 봐야 한다는 다소 비약적 논리가 나오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LP면 어떻고 CD면 어떻고 USB면 어떠냐 논란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음반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LP면 어떻고 CD면 어떻고 USB면 어떻고 그냥 디지털 파일이면 어떤가? 그 안에 뭐가 담겼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그릇에 담았는지가 중요한가? 이런 논란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드래곤 신보의 비평과 논쟁을 다 잡아먹는 듯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당신은 <권지용>을 어떻게 들었냐고? 기대에 못 미쳤다. 실망했다. 그 얘기를 좀더 하고 싶지만, USB 음반 논란 얘기를 하느라 지면을 다 채우고 말았다.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전 <한겨레> 대중음악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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