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비켜라 제주돼지 납신다
등록 : 2002-01-16 00:00 수정 :
제주도통갈비집은 신촌명물거리의 손꼽히는 음식명소다. 제주도에서 키워낸 돼지갈비만을 전문으로 15년 내력을 갖고 있다. 육질이 독특한 제주산 돼지갈비를 처음으로 서울에 선보인 제주도 돼지갈비의 원조집이다. 수질이 뛰어나고 풍부한 자연사료를 적절히 섞어 먹인 제주도 돼지고기는 지방이 적고 씹히는 질감이 뛰어나 한우 암소갈비를 능가한다고 할 만큼 감칠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양념에 잴 때도 고유한 돼지갈비맛을 살려내기 위해 맛간장에 야채와 과일즙만 약간 가미할 뿐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덧살을 붙이지 않고 갈비뼈에 붙은 살만을 얇게 저며 소갈비처럼 편 돼지갈비는 모양새는 물론 냄새가 전혀 없어 소갈비인지 돼지갈비인지 구별이 잘 안 간다. 손님상에 낼 때도 간결한 찬에 고수나물을 한 접시 곁들여 내는데, 한번 맛을 보면 대부분 단골로 이어져 즐겨 찾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에까지 알려져 일본 관광객들이 내국인 못지않게 찾아온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명물거리에서 몇 발짝 골목안으로 들어앉기는 했지만, 4층의 단독건물은 1층에 주차공간과 갈비저장고가 있고, 2층 홀을 제외한 3∼4층이 모두 크고 작은 예약실로 꾸며져 150∼200석을 헤아린다. 따라서 신촌을 비롯한 홍대와 서강대쪽 학원가에서 예약을 하고 오는 단체고객들이 80∼90%를 차지한다.
사진/ 15년을 한결같이 지내온 제주도통갈비집 4자매. 왼쪽부터 이재남, 재순, 재선, 재실씨.
제주도통갈비집의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독특한 경영방법이다. 대표인 이재남(69)씨를 비롯한 4자매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직접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맞고 있다. 첫째인 이씨와 함께 둘째인 재순(66)씨와 셋째인 재선(63)씨, 막내인 재실(42)씨 모두가 친자매들로 15년간 손맛을 같이해오고 있다. 대부분 60을 넘어선 지긋한 나이에 남다르게 착한 성품들을 지녀 고객들을 늘 만나는 가족처럼 언제나 편안하고 부담없이 대한다고 한다. 4자매의 한결같은 마음씨는 상차림에도 그대로 옮겨져 언제나 깔끔하고 정갈하기 이를 데 없고, 음식맛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인기있는 통돼지갈비는 장국이 자박자박하게 잠기도록 담아내는데, 물기가 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구워내 고수나물을 한잎 얹어 쌈에 싸거나 고수잎새만 한두잎씩 얹어 입안에 넣으면 신기하리만큼 감칠맛을 내준다.
가격도 돼지갈비 280g을 1인분으로 6500원. 시중에서 뼈없는 갈비로 불리는 목등심은 200g을 기준해 6500원, 갈매기살은 170g으로 역시 6500원 한다. 그 밖에 간단한 식사로 냉면이 4500원, 양반국밥 3500원, 감자탕 3500원 등도 맛이 깔끔해 점심시간 신촌일대 대학생들이 부담없이 찾는다.
나도 주방장|고수나물
고기와 천생배필인 향료 고수나물은 고려 때 중국을 거쳐 들어온 향초로 알려져 있다. 향이 강하고 독특해 일반 가정에서 ‘빈대풀’이라고 부르며 먹기를 꺼렸다. 절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이 양지바른 샘가에 심어놓고, 겨울에는 화분에 옮겨 창가에 키우며 음시에 얹어 냄새를 제거하는 데 썼다고 한다. 절 살림이 지금처럼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마을에 내려와 공양을 해다가 살림을 꾸려가던 때 이런저런 냄새를 없애는 데는 더없이 좋은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육류나 어패류의 냄새를 없애는 데는 그만이고, 처음 먹을 때는 빈대냄새 못지않게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 냄새가 한번 입에 배고 나면 금세 인이 박여 고기를 먹을 때마다 생각난다. 아무리 비린 음식이라도 고수잎새를 한잎 씹고나면 입 안이 개운해진다는 것이다. 중국음식에 고수나물을 즐겨 사용하는 것이 이런 이유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5년간을 한결같이 곁들여내는 고수나물은 제주통돼지갈비집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인정받고 있고, 육류소비가 많아진 요즘은 시중 야채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