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아서 좋은 음악이 있고 변해서 좋은 음악도 있다. 메탈리카와 3호선버터플라이의 음악이 그렇다. 메탈리카 공연 모습(위쪽)과 3호선버터플라이 프로필 사진. 액세스이엔티·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건 공연 중반 5집 이전 곡들을 연주하면서부터다. 전주가 시작되면 관객들의 함성이 달랐다. 떼창은 기본이고 심지어 기타 솔로 연주까지 “우우우우~” 하며 따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아서 좋은 음악이 있는데 메탈리카가 그랬다. 세월 탓에 한창 때보다 에너지도 덜하고 자잘한 실수도 있었지만, 그때 그 음악을 변하지 않은 마음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얼마나 벅차오르던지.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그날 인생 최고의 공연을 봤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독 많이 봤다. 변하지 않아서 좋은 음악의 힘은 이토록 강하다. 행복한 선물처럼 다가왔다 1월22일 또 다른 무대를 찾았다. 이번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에서 열린 인디록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새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 무려 5년 만의 정규 5집 <디바이디드 바이 제로>(Divided By Zero). 2000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정규 음반을 고작 5장밖에 안 냈으니 과작도 이런 과작이 없다. 그만큼 반가울 수밖에 없다. 미리 들어본 음반은 놀라웠다. 3호선버터플라이가 변화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변화의 폭이 특히 컸다. 러닝타임이 무려 11분에 이르는 첫 곡 <나를 깨우네>부터 그랬다. 반복적인 악절을 촘촘히 쌓아가더니 후반부 들어서는 몽환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넣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하다. 이어지는 곡들에선 경쾌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춤추고픈 욕망을 불어넣는다. 이 음반이 나오기까지 밴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애초 밴드를 결성하고 주도해온 멤버 성기완(기타)이 지난해 봄 탈퇴한 것이다. 속사정을 다 알 길은 없지만 음악적 견해차를 비롯해 여러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남은 멤버 남상아(보컬·기타), 김남윤(베이스), 서현정(드럼)은 기존 밴드 색깔에 새로운 변화를 조금씩 더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5집 음반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신곡들은 정말 좋았다. 몽환적 영상과 함께 선보인 <나를 깨우네>는 나를 우주로 보내버린 것만 같았고, 댄서블한 곡들이 이어질 때는 나도 모르게 어깨와 다리를 들썩였다.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최철욱(트롬본)과 성낙원(색소폰)이 참여한 곡 <선물>을 라이브로 듣는 건 진기한 경험이었다. 처음엔 노이즈처럼 들리던 트롬본과 색소폰 소리가 후반부에선 포근히 감싸안는 편곡은 그야말로 행복한 선물처럼 다가왔다. 공연 내내 든 생각은 ‘변해서 참 좋다’였다. 세상에 변하지 않아서 좋은 음악이 있는 반면 변해서 좋은 음악도 있는 법이다. “밴드를 18년 하니 별의별 스타일을 다 해보네요. 처음엔 얼터너티브록으로 시작해 이젠 댄서블한 음악도 하고요.” 김남윤이 말했다. “계속 변해야 재밌죠. 여러분도 올해 새로운 거 한번 해보세요. 저도 올해 다른 거 해볼 계획이 있어요.” 남상아가 덧붙였다. “그래! 3호선은 바로 이거야” 앙코르 무대에서 이들은 말했다. “기완이 형이 많은 걸 만들고 우리가 밴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곡은 형의 많은 것이 담긴 노래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입니다.” 4집 음반 <드림토크>(Dreamtalk)의 처연한 타이틀곡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노래를 듣다 감격에 겨운 듯 내뱉었다. “그래! 3호선은 바로 이거야.” 역시 3호선버터플라이에도 변하지 않아서 좋은 음악이 있었다.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전 <한겨레> 대중음악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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