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와 춤을>(위쪽)과 <라라랜드> OST를 듣다보면 영화 속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마치 음악과 영상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듯하다. 동아수출공사·판씨네마 제공
<라라랜드>는 소문대로 엄청난 영화였다. 재즈 드러머 이야기를 다룬 전작 <위플래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화제작으로, 개봉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선 2016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표를 못 구해서 다들 난리였다. 11월 언론시사회에서 드디어 만난 <라라랜드>는 나를 단숨에 사로잡고 말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에서 촬영한 오프닝 장면부터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나는 마지막 엔딩 장면의 두 남녀 주인공 눈빛에 다리가 풀려 일어날 힘도 없었다. 음악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지만, 음반가게에 가진 않았다. 아직 OST가 출시되기 전이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OST도 출시됐다. 차에서는 CD로, 길을 걸을 때는 스마트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또 극장으로 향했다. 많이 들어서 익숙해진 음악과 영상이 착착 달라붙는 순간, 꼭 25년 전 그때의 쾌감이 다시금 밀려왔다. 맞아, 이거였어!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 끼워 맞추며 <라라랜드>는 뮤지컬영화다. 오프닝부터 대규모 군중이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춤추며 노래한다.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는 룸메이트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파티를 즐기고,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천(라이언 고슬링)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직접 노래도 한다. 저녁놀 어스름한 언덕에서 미아와 세바스천이 밀당을 하며 탭댄스를 추는 순간 흐르는 음악에 어찌나 설레던지.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로 부웅 떠올라 데이트를 하는 순간 흐르는 음악은 얼마나 달콤하던지. 그리고 막판 10분간 영화 안의 작은 영화를 보는 듯한 회상(상상)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은 차라리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음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음악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영화 <라라랜드>. 결국 또 극장에 가서 세 번째 관람을 하고야 말았다. 음악과 장면을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 완벽히 끼워 맞추면서 말이다. 영화를 세 번째 보니 이전에는 안 보였던 장면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미아와 세바스천이 리알토 극장에서 고전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스크린에서 제임스 딘이 오픈카를 몰고 그리피스 천문대로 가는 장면 구도가 얼마 뒤 세바스천과 미아가 실제 오픈카를 몰고 그리피스 천문대로 가는 장면 구도와 거의 똑같다. 세바스천의 차를 왜 클래식 오픈카로 설정했는지 감독의 세심한 의도까지 엿볼 수 있었다. <라라랜드> 관객은 2016년 12월28일 기준으로 210만 명을 넘어섰다. 2014년 크게 히트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보다 빠른 속도다. 나처럼 반복 관람하는 관객 비율이 얼마나 될까. 난 <비긴 어게인>을 두 번 보진 않았다. <라라랜드> OST는 발매 20일 만에 1만5천 장가량 판매됐다. 보통 영화 OST 판매량이 5천 장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사람들이 영화에, 그리고 음악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그때 그 열정 되살려준 <라라랜드> 난 요즘도 <라라랜드> OST를 1번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순서대로 들으며 머릿속 영사기를 돌리고 또 돌린다. 이러다가 극장으로 또 가서 네 번째 관람을 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나에게 25년 전 그 기억, 그 감흥, 그 열정을 되살려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 그리고 그의 대학 동창이자 친구인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에게 감사한다. 곧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른 상도 상이지만 음악상을 꼭 받길 기원하며 음악 재생 버튼을 또 누른다.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전 <한겨레> 대중음악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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