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떡 한입에 '든든한 아침'
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날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겨울철 에너지소비량이 여름에 비해 10∼20% 높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열량이 여름철 땀으로 배출되는 것 못지않다는 이야기다. 추위에 오래 노출되고 나면 여름에 땀을 흘린 것 이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이같은 현상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량이 줄고 밤이 길어 이른 새벽 출근하는 직장인들 대부분이 아침을 거르기가 쉽다. 따라서 겨울철 몸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함께 중요한 것이 영양을 고루 섭취하면서 아침을 거르지 말아야 한다.
새벽마다 아침상을 차리기가 쉽지 않은 젊은 주부들의 경우, 적절한 대체식으로 아침을 대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럴 때 손쉬운 가공식품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보다 제대로 만든 인절미나 민속떡을 이용해 입맛을 들여놓으면 밥이나 다름없이 든든하다. 인절미를 필요한 만큼 주문해 한번 먹기에 알맞은 크기로 썰어 냉동해놓으면 겨우내 두고 먹어도 맛이 변하거나 물리지 않을뿐더러 조리도 편하다. 쌀밥과 똑같이 충분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당분 등을 고루 섭취해 속이 든든하고 하루를 여는 데 필요한 열량을 준다.
강원도 양양군 송천마을은 공해가 없는 마을 앞 논에서 난 찹쌀과 맵쌀로 떡을 만들어 전국에 택배한다. 이 마을에서 내력이 오래고 요즘도 거의 유일하게 모든 떡을 떡매로 직접 쳐서 만드는 집이 탁씨네 민속떡집(033-673-4316)이다.
사진/ 대를 이어 인절미를 만들어온 탁영재씨와 김순덕씨 부부.
대물려오는 떡판에 이른 새벽부터 떡을 쳐 주문대로 고물을 바르거나 따로 넣어 보내기도 하는데, 서울까지는 대부분 하루에 배달이 가능하고 부산과 멀리 제주에서까지 주문이 이어진다. 쌀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떡매로 친 떡과 기계절구로 친 떡의 질감이 현저하게 달라서, 겨우내 얼려두어도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구울 때 떡이 녹아 풀어지는 일이 없다. 거죽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서 질감이나 형태가 처음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따끈한 우유를 한잔 곁들이거나 커피에 우유를 넉넉히 타서 큼직한 머그잔에 곁들이면 좋다. 구워낸 떡에 꿀을 한 수저 얹거나 설탕을 살짝 뿌려 촉촉히 녹아내리게 해 한 조각 먹고 나면 등굣길 자녀들에게도 제격인 아침거리가 된다. 우리 식성대로 시원한 물김치나 된장국을 곁들이면 더욱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을 즐길 수 있다. 주부들이 일일이 챙겨주지 않아도 어른이나 어린이들이나 손쉽게 차려먹을 수 있어 아침은 물론 밤늦은 시간 야식이나 간식감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인절미는 한말(택배비 포함) 9만원, 송편 1말 8만원. 반말도 주문이 가능하다.
나도 주방장|서래태송편
설탕보다 단 콩을 넣어… 인절미와 함께 송천 서래태송편도 고객들의 주문이 꾸준하다. 송편의 모양만큼이나 사용하는 쌀과 속에 넣는 콩이 일반 송편과 구분된다. 두 가지 모두 송천마을에서 생산해내는 무공해 쌀과 서래태만을 사용한다. 만드는 과정도 노하우가 분명하다. 쌀가루를 아주 곱게 빻아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 반죽할 때부터 찰기를 살려내고, 찔 때도 장작불에 화끈하게 쪄내 마치 찹쌀로 빚은 송편처럼 쫀득하다.
주문이 올 때 깨와 밤, 건포도 등 도시사람들이 익숙한 것들을 넣어달라고 해도, 주인은 한마디로 거절한다. 송천에서 나는 서래태는 속살이 초록색인 재래종 까만콩으로 고소하고 단맛도 밤 못지않다. 오래 두고 먹는 데는 밤이나 건포도, 깨 등 다른 속을 넣는 것보다 맛이 변하지 않아 좋다.
반죽을 떼어내 서래태 콩을 한두알씩 넣고 동글동글하게 빚어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꼭 눌러 모양을 내는데 수백개를 빚어도 크기와 형태가 기계에 찍어낸 것처럼 한결같다. 냉동해놓았다가 먹기 전에 꺼내놓으면 녹으면서 제맛을 되찾지만 좀더 맛있게 먹으려면 그릇에 담아 냄비에 넣고 찌거나 오븐에 한 바퀴 돌리면 된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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