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뉴스룸〉 화면 갈무리
“저는 공범입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저희가 실패했습니다.” <뉴스룸>에서 ‘뉴스나이트’가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9·11 청문회에 나온 전 백악관 테러담당수석 리처드 클라크의 연설을 방영한다. 이어 앵커인 윌 맥어보이가 말한다. “미국인들은 저 순간을 좋아했고, 저도 마찬가집니다. 어른이라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거기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참상이 겹쳐진다. 어른들이 겹겹이 저질러둔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애꿎은 유가족, 선생님, 학생, 공감하는 시민들만이 스스로를 자책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모든 과실을 밝혀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스스로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란다. 외계의 행성에서 온 오로라 공주님의 목소리 같다. 거의 모든 시간을 사건 중계에 할애하고 있는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밝히기보다는 마녀를 찾기 위해 애쓴다.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가자. 윌은 스스로를 뼈저리게 반성한다. 모든 언론인을 대신해 두루뭉수리하게 사과하는 게 아니다. “저는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고, 고칠 수도 없는 거대한 실패들을 통해 이 나라를 여기로 끌고 온 공범입니다. 저는 언론 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논란을 야기했고, 미국 정치 구조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미디어 엘리트의 모습이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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