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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버섯에도 기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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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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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밑반찬이 고루 갖춰낸 송이돌솥밥.

추석을 일주일쯤 지나야 알맞은 가격의 제철 송이버섯맛을 즐길 수 있다. 추석이 임박해 돋기 시작하는 송이는 나기가 바쁘게 추석선물로 팔려나간다. 상품은 1kg에 40만∼50만원을 호가해 한송이에 4만∼5만원꼴이다. 웬만해선 구경조차 어려울 정도로 해마다 품귀현상을 겪는다. 그러나 추석이 지나면 상품도 10만∼15만원선을 오르내릴 정도로 가격이 수그러진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송이버섯이 10여년 만에 최악의 흉작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원도 양양과 경북 봉화 등 송이 주산지의 채집농가들은 겨울을 날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다. 성수기에 중품 정도에 해당하는 송이가 1kg에 30만∼40만원을 오르내려 평년에 비해 2∼3배가 오른 가격이지만, 밤을 지새며 산 속을 뒤져봐도 빈손으로 내려오기 일쑤다. 송이균이 맺히는 8∼9월에 비가 오지 않은 탓이다.

송이는 소나무가 숲을 이룬 고산지에서 난다. 돋아나는 조건이 신비에 가까울 정도로 까다롭다. 다른 소나무와 실뿌리가 서로 마주얽히는 양지바른 지점에서 알맞은 습도와 기온이 갖춰져야 돋는다. 바탕을 이룬 흙도 오염이 안 된 마사토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송이는 죽은 뿌리나 썩은 그루터기가 아닌 산뿌리에서 돋아나 예나 지금이나 고송(古松)의 송기(松氣)가 빚어내는 산중선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같은 적송이 분포되어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나기는 하지만, 한국의 조선소나무에서 돋는 것만이 선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맛은 물론 효능도 뛰어나 성인병의 고질인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고 비타민B1과 B2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송이요리가 전문인 용두식당 주인 박석재·양순하씨 부부.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날로 먹으면 아삭아삭 씹히면서 신선한 향이 좋고, 따끈하게 열이 스며들 정도로 살짝 익혀놓으면 결을 따라 찢어지며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소금을 찍어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일품이다. 또 밥에 얹으면 송이밥이 되고, 수제비에 애호박과 함께 넣으면 기막힌 송이수제비가 된다. 국이나 전골에 넣어도 제맛이 난다.

경북 봉화읍에서 울진으로 나가는 봉상면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는 용두식당(054-673-3144)은 제철 송이를 수집해 5년째 송이돌솥밥과 송이구이, 송이전골 등을 전문으로 한다. 송이돌솥밥은 당귀와 산수유를 삶아 우려낸 물에 쌀을 안치고 밤과 잣, 당근, 감자 등을 넣어 밥을 짓다가 송이를 얇게 저며 얹어 뜸을 들인 것이다. 구수한 돌솥밥에 송이향이 배어들어 밥맛이 한결 다르다. 칼칼한 된장찌개와 상큼한 산채나물 등 밑반찬들이 고루 곁들여진다. 돌솥밥 1인분 1만5천원이고, 구이는 생송이 100g(3송이)을 1인분으로 4만원에 낸다. 머루주나 소주를 한잔 곁들이면 더욱 그럴듯하다.


나도주방장|좋은 송이 고르는 법

송이 찾아 떠나보자

송이는 대가 굵고 살이 단단하고 향이 뛰어나면서 몸통이 유백색의 고유한 색상을 지녀야 상등품의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갓이 피어나기 직전의 밤알처럼 둥실하고 알맞은 길이를 갖추면 더할 나위 없다.

송이를 고를 때는 무조건 비싼 상품만 찾을 게 아니라, 대가 웬만큼 굵고, 살짝 만져봤을 때 몸체가 단단하고, 손에 올려놓았을 때 무게가 느껴지는 것을 택해야 한다. 누에고치처럼 알이 작거나 갓이 피어난 것이라도 이런 조건이 맞으면 중품이나 등외품이라도 구이나 전골용으로는 무리가 없다.

경북 봉화군 내 청량산과 문수산 일대와 울진쪽으로 이어지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송림이 가득한 고산지역은 전국 제일의 송이산지다. 평년작일 경우 연간 20t을 헤아리는 송이가 나서 전국에 공급된다. 절반 가량은 일본 등지로 수출돼 농사 못지않은 큰몫을 해낸다고 한다.

봉화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를 이용하면 단양까지 도로확장이 끝나 크게 무리가 없고, 2002년 죽령고개에 터널이 개통되면 서울에서도 3시간∼3시간30분대로 단축된다. 영주 부석사와 단양 8경이 담겨 있는 남한강 물길에 무르익는 가을빛이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절경을 자랑해, 단순한 먹을거리여행보다는 하루나 이틀쯤, 넉넉하게 일정을 잡고 가을나들이를 겸해 떠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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